증권
은행이자 10배 준다고? 폰지사기 주의보
입력 2020-06-21 18:26  | 수정 2020-08-03 15:57
50대 자영업자 A씨는 지난 9일 우연히 후배 소개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금융플랫폼의 '대표'라는 사람을 만났다. 대표는 "좋은 재테크 방법이 있다"며 A씨와 친구 2명을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인터넷에서 원숭이 캐릭터를 다른 사람들과 사고팔기만 하면 4일에 한 번 12%씩, 한 달에 7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곳엔 이미 10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설명을 듣고 있었다. 대표의 설명에 혹한 A씨는 다음날 1600만원을 몽키레전드라는 플랫폼에 투자했다.
하지만 4일 뒤 나올 것이란 12% 수익은 들어오지 않았다. A씨가 항의하자 대표는 "전산 장애가 있다"면서 "투자금을 넣으면 된다"고만 했다. 단숨에 은행이자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노렸던 A씨는 유사 금융플랫폼의 '돌려 막기' 끝물에 탑승한 셈이다.
초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을 '고수익 재테크'라며 꾀는 유사 금융플랫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상 캐릭터를 거래하도록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P2P(개인 간 거래) 업체라고 홍보하지만 P2P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다. 업체들이 최근 거래를 중단하면서 이 플랫폼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원금을 모두 날릴 처지에 놓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개인 간) 금융 플랫폼을 자처했던 '드래곤스타'와 '몽키레전드'는 각각 지난 10일, 11일부터 거래를 중단했다. 그동안 이들 사이트에선 투자자들이 원숭이·용 캐릭터를 사고팔기만 해도 고수익이 가능하다며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이들 플랫폼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건당 최대 7000원)를 챙겼다.

그러나 최근 회원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서 거래가 중단돼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피라미드 금융사기)'인 셈이다. 매일경제가 직간접으로 접촉한 피해자들만 300여 명에 이른다. 1인당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고 경찰에서는 피해액을 수천억 원대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자의 상당수는 금융 지식이 부족한 주부와 50~60대 중장년층 등이다. 지난 19일 몽키레전드 투자자들은 고소장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제출했다. 비슷한 이유로 드래곤스타 피해자들 1000명(오픈 채팅방 기준)은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박광배 광장 변호사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수익을 못주는 구조임에도 투자자들을 유혹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기 행각이 통한 이유로는 △초저금리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데 △업체 측이 지속적으로 고수익 홍보에 나섰고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는 곳이 아니어서 권한 밖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금융플랫폼은 본질 가치가 없는 캐릭터를 미끼로 걸어 놓고 회원들을 모집하는 전형적 '피라미드 금융' 성격이다. 어느 순간 신규 회원 유입이 뜸해지면 고수익을 나눠줄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일부 업체들은 '대포통장'을 만들어 허위 거래로 거래가 활성화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몽키레전드는 지난해 11월, 드래곤스타는 올해 3월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몽키레전드는 태국에, 드래곤스타는 일본 신주쿠에 본사가 있다고 소개한다. 또 다른 투자자는 "친구 소개로 처음 접했는데 당시 하루에 네이버 밴드에 들어오는 사람만 5만명이 넘을 만큼 많이 사용했다"며 "현재까지 남은 투자자들만 해도 1만명은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키레전드는 지인이나 가족을 데려오면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도 몸집을 키웠다. 불법 금융 추방 운동을 8년 넘게 해온 네이버 카페 '백두산' 운영자는 "상담을 해보니 온 가족들이 투자한 사례도 있다"며 "이런 플랫폼들은 사람이 더 이상 안 들어가거나 소강상태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시중금리가 연 1~2%대인데 연 10% 넘는 수익을 제공한다는 건 사기성이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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