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만 쏟아지자 실수요자 구제나서…재건축 2년거주 예외둘듯
입력 2020-06-21 17:55  | 수정 2020-06-28 18:07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6·17 부동산대책으로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필요하다면 보완대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대책을 발표했을 때 일부 국민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하소연을 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6·17 대책 이후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책 보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9·13 대책, 12·16 대책 당시에도 이 같은 상황이 똑같이 벌어졌던 만큼 정부의 '땜질 처방'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에 급급해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또 정책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각종 민원이 쏟아지면 보완해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수요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너무 급하게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6·17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서민층 아파트로 분류해 건드리지 않았던 중저가 아파트를 규제 타깃으로 하고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충북 청주시 일대, 대전 전역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각종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대부분 무주택 실수요자와 새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주민 반발이 주된 내용이다.
21일 현재 청와대 청원사이트에는 6·17 대책과 관련한 청원만 40여 건이 올라와 있다. 참여 인원은 7만5000명이 넘는다. 올라온 청원 중 3분의 2 이상은 새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며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호소와 함께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9000명 이상이 참여한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규제지역을 재변경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는 미분양 관리 대상이었던 곳이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호소했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양주시는 올해 6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동탄신도시를 제외한 화성시는 7월, 평택시는 10월까지 미분양 관리 대상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미분양 관리 지역이 됐는데, 동시에 투기가 우려돼 대출규제를 받는 지역으로 지정된 셈이다.
3억원 이상 주택 구입 시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방안도 혼란이 크다. 새로 산 집에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입주가 어려우면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단지에서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까지 2년간 실거주해야 조합원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의무 역시 법인과 임대사업자가 장기사업자(8년)로 등록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서울시가 청담·삼성·대치·잠실동 등 강남 4개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전·월세 계약을 한 집주인은 제3자와 매매거래를 못하는 것으로 결정해 재산권 침해 비판까지 일어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자 국토부 등은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보완책 마련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김 실장 발언은 이 같은 맥락과 관련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국토부는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와 관련해 "수도권 재건축단지 소유주 가운데 임대사업자가 몇 명인지, 의무임대 기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등 실태를 파악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는 대책도 예외 조항이 추가될 여지가 있다. 현재는 대책 시행 이후 새로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3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했는데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어 입주가 어렵다면 해당 기간까지는 예외로 대출 회수를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기서 추가 예외 인정 가능성이 더 없다고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또 6·17 대책이 발표된 직후 규제 대상에서 빠진 김포 파주 등으로 '풍선효과'가 옮겨갈 조짐을 보이자 이미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완대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큰 부작용이 생겨도 시장을 어떻게든 통제하겠다는 기존 자세는 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김 실장은 "언론에서 21번째, 22번째 대책이라고 쓰는데 상당 부분이 주거대책이거나 큰 대책의 보완 성격이 강하다"며 "크게 보면 대책은 7차례고 앞으로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이 남발돼 시장 내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셈이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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