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뜰 종목만 뜬다…코스피도 `니프티 피프티`
입력 2020-06-21 17:17  | 수정 2020-06-21 20:24
코로나19 충격으로 3월 19일 저점을 찍은 코스피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소수 대형주가 장세를 주도하는 이른바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현상이 현실화됐다. 니프티 피프티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 미국 S&P500 지수 내 종목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보여줬던 코카콜라, IBM, 필립모리스 등 50개 대형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에선 과거 소수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할 때마다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자주 거론되곤 했다.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시작되면 지수가 올라도 상승 종목 수보다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개월 전인 3월 19일 이후 저점에서 코스피가 1450대에서 2200선까지 터치하는 과정에서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일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비율인 코스피 등락비율(ADR·Advance Decline Ratio)을 조사한 결과, 3월 19일 코스피 저점에서 40.5%를 기록했던 등락비율은 코스피가 코로나19 이후 처음 1900선을 회복했던 4월 17일에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치인 235.9%를 나타냈다. 바닥에서 4월 중순까지는 '눈 감고 사도 오르는' 장세가 펼쳐진 셈이다. 코스피가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인 만큼, 지수가 오르면 등락비율도 따라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코스피가 1880~1930 박스권에 머물던 4월 17일부터 5월 15일까지 등락비율은 거꾸로 235%에서 120%대까지 떨어졌다. 지수는 그대로 있는데 하락 종목 수가 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 종목이 더 강하게 오르는 니프티 피프티 장세가 시작된 구간이다.

비슷한 현상은 5월 중순 이후로도 이어졌다. 코스피는 5월 15일 이후 1930선에서 2200까지 터치하고 2130선에서 머물고 있지만, 등락비율은 종전 120% 선에서 크게 내려오지 않고 정체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수는 오르는데 상승 종목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기존에 오르던 주식 위주로 올랐다는 것을 시사한다.
등락비율 외에도 니프티 피프티 장세를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는 주도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지는 등 고밸류에이션이 발생하는 게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7공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카카오, 엔씨소프트의 시총 비중은 2017년 7%에서 올해 17%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스피 반등 과정에서 7공주 종목은 수익률과 12개월 선행 기준 PER 측면에서 전형적인 니프티 피프티 종목의 특징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2141.32로 마감한 코스피가 최근 1개월과 3개월간 올린 수익률은 각각 8.1%, 46.9%다. 이에 반해 7공주 종목은 최근 1개월·3개월 수익률에서 전부 코스피를 압도했다. PER 기준으로도 코스피는 3월 19일 저점 대비 지난 18일 12.1배로 36% 올랐지만 같은 기간 카카오는 32.1배에서 56.2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9.7배에서 172.2배로 밸류에이션이 뛰었다.
과도한 고평가가 이어지던 미국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은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폭락하며 '내스티 피프티(Nasty Fifty)'란 오명을 얻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정책이 한계가 드러난다면 시장은 회복 추세를 잃고 조정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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