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돌고래 학대 논란 거제씨월드, 알고보니 과거에도...대표는 필리핀서 `바다사자 체험` 운영
입력 2020-06-21 10:26  | 수정 2020-06-28 10:37

경남 거제의 돌고래 테마파크 '거제씨월드'가 멸종위기근접종인 벨루가(흰고래)를 서프보드처럼 타는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거제씨월드의 대표는 해외에서도 바다사자 등 동물로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제씨월드, 해외에서도 유사사업 운영
21일 거제씨월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관광객들이 벨루가를 타고 수영장을 도는 사진와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거제씨월드는 '하와이 아님. 거제도에 이런 곳이?', '국내 유일한 벨루가 체험 특가' 등의 문구로 해당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VIP라이드 체험'으로 약 70분간 20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고 안내돼있다. 체험을 하는 동안 거제씨월드 직원이 사진을 찍어준 후 유료로 판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멸종위기근접종(Near Threatened)으로 지정된 해양포유류다.
거제씨월드는 지난 2013년 4월 중국계 싱가포르인 림치용 대표가 설립한 테마파크다. 큰돌고래와 벨루가를 사육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돌고래 공연과 '국적세탁' 수출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가 야생동물 수입절차가 쉽다는 점을 이용해 야생에서 잡아온 돌고래를 무더기 수입해 일부를 필리핀으로 빼돌리는 돌고래 국적세탁을 시도했다"며 "거제씨월드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지은 시설이 아니라 림치용 회장의 사익을 위해 세운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돌고래와 벨루가들이 림 회장이 소유한 필리핀 마닐라오션파크에 수출될 것"이라며 "마닐라오션파크 조련사들이 벨루가 조련법을 배우기 위해 거제씨월드로 파견돼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림 대표는 거제씨월드와 동일한 주소지에서 여행사 '세븐씨스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씨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엔 필리핀 마닐라, 세부, 보라카이 등 관광지 호텔 예약과 수족관 '마닐라오션파크'가 소개돼 있다. 해당 수족관은 거제씨월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바다사자 체험', '상어&가오리 체험' 등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다사자가 자신의 몸통과 비슷한 크기의 좁은 훌라후프를 통과하는 사진 등이 게시돼 있다.
◆국민청원·SNS 타고 퍼진 동물학대 논란
이처럼 돌고래와 벨루가들에 대한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부터다. 이후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멸종위기 돌고래를 서핑보드처럼 놀게 하고 돈을 받는 행위.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라는 청원이 게시돼 19일 약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벨루가를 마치 놀이동산의 탈 것처럼 '이용권'의 이름을 붙여 판매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며 "아이들을 포함 전 가족, 커다란 성인 남성도 이 작은 돌고래의 등 뒤에 타고 논다"고 했다. 또 "무리생활을 하는 벨루가가 좁은 수족관에서 평생을 살면서 느껴야 하는 고통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놀라운 일'이라 올린 글로 시작된 이 사건을 진정시키고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씨월드 측은 거제시에 해당 프로그램이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씨월드 측과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회의를 진행하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에선 마스코트 오리 방치 논란도
한편 서울대에선 구성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오리의 치료에 학교 측이 미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공론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7일 서울대 커뮤니티 등에선 관악캠퍼스 내 연못인 자하연에 살고 있는 오리 '뺙이'가 다리를 다쳤단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를 목격한 학생들 중 일부가 학교 측에 치료 문의를 하자 캠퍼스관리과에서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담당자가 치료 계획을 세우기보단 애초에 수질관리용으로 데려온 거라 기능을 못하게 되면 다른 오리로 대체한단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학생들은 생명을 부품 취급하는 학교의 태도가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재학생 권 모씨(20)는 "학교 측에서 치료를 해준다는 얘기는 없었고 기능 얘기를 하면서 다른 오리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고 학생들이 돈을 모으면 수술을 시켜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대 공식 SNS에 캐릭터화된 '뺙이'가 등장하기도 했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학교 측이 사실상 마스코트로 오리를 이용했지만 치료에는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이유다.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관계자는 "애완용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오리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와전이 된 것"이라며 "오리의 거동이 불편해서 진료를 의뢰했고 진료 후에 교체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뺙이'는 2018년 5월께 서울대 캠퍼스관리과에서 자하연에 배치한 후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리 두 마리 중 한 마리로, 나머지 오리 한 마리인 '쀽이'는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났다. '쀽이'와 '뺙이'라는 이름은 학생들이 지어준 것이다.
[박윤균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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