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잠행 중인 주호영 "민주주의 파괴 비통…상황 바뀐게 없어"
입력 2020-06-20 16:10  | 수정 2020-06-27 17:05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잠행 중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늘(20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데 비통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전 선친의 49재 중 6재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은 주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상임위원장, 법사위원장 이게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금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어 "67년 신민당 얘기를 하는데 신민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아서 그랬다"며 "당시 신민당 의원은 전원이 무소속이었다. 지금도 무소속은 국회의장이 상임위를 배정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상대 당 의원의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폭거"라며 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또 "저쪽(여당)에서 늘 하는 얘기가 우리 당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당신(야당)들 그래 봐야 소용 없다 이다. 그러며 우리가 무슨 얘기만 하면 발목 잡는다고 말한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때문에 "무력감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데 비통함을 느낀다"며 "마음이 복잡하다"고 지금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국회 복귀와 관련해서는 "상황 바뀐 것이 전혀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말을 아꼈습니다.

통상 야당 몫으로 여겨졌던 법제사법위원회를 여당이 가져간 현 상황에 변화가 없는 한 협상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주 원내대표는 불영사에서 2시간 넘게 머물며 회주 일운 스님과 차담도 나눴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주 원내대표의 모습은 다소 기운이 없고 어두워 보였으나 오랜만에 만난 친척·지인과는 인사를 나누며 잠시 밝아지기도 했습니다.

일운 스님이 차담에서 "나랏일 하시러 가셔야죠"라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여기저기서 많이들 찾는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옅은 미소만 지었습니다.

차담 후에는 김종인 비상대책대위원장의 뜻을 전하고자 주 원내대표를 찾아온 성일종 의원과 10여분간 독대했습니다.


성 의원은 독대 후 "빨리 국회로 와야 한다는 등 여러 말씀을 드렸는데 대답 없이 한숨만 쉬더라"며 "금방 서울로 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많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전국 사찰을 찾으며 잠행 중입니다.

협상 대표인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우면서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은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주말이 지난 이후에는 국회로 복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으나, 주 원내대표가 여당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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