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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부동산 대책…"암덩어리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 서울대 이준구 교수 쓴소리
입력 2020-06-20 04:01  | 수정 2020-06-21 04:07

그동안 각종 사회 문제와 정부 정책 등에 거침없는 의견을 개진해 온 '쓴소리 경제학자'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에 돌직구를 날렸다.
이 명예교수는 해당 대책이 나온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주택문제 - 암덩어리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만은 분명한 효과를 거두기 바라지만,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춰 판단해 보면 또 한 번의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런 진단을 두고 "주택투기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파격적 세제상 특혜를 그대로 둔 채 임기응변식의 대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투기꾼들은 규제망을 피해 돈벌이를 할 방법을 쉽게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의 전망처럼 정부 대책이 나온 직후 규제 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나 파주운정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거래가 진행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이 명예교수는 "지금 정부가 하는 식으로 주택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는 전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그는 주택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시작은 주택임대사업등록제 아래의 각종 조세상 특혜를 철폐하는 방법이다. 이 명예교수는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현행의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내가 보기에 정부는 현행 임대사업자등록제가 갖는 폭발성을 전혀 모른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정치인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결을 시도하다가는 다수 시민들의 미움을 사 표를 잃을 수 있기에 정치인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 명예교수는 "정부에게 주고 싶은 고언은 제발 행정관료의 탁상 위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말고 관련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라며 일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인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고 전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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