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연세대 교수 `10만원` 발언 논란…녹취록 보니
입력 2020-06-18 18:40  | 수정 2020-06-25 19:07

연세대학교의 한 교수가 "학생들이 왜 등록금 내려 달라고만 하나. 10만원씩 더 낼 생각은 못하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교수의 발언 전문을 입수해 확인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A교수가 '10만원' 발언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연세대 관계자는 "그 당시 단과대별 회장들 모여서 A교수님과 인사할 겸 학교 재정, 교육 사항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나온 얘기"라며 "최근 다시 불거지면서 전체 맥락을 잘라버리고 '10만원 더 내라'는 부분만 부각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수도 10만원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된 '10만원' 발언은 지난 3월 23일 각 단과대 학생 대표들과 A교수가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A교수는 "학생회가 되었든 단과대학이 되었든 우리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우리만을 위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학교의 모든 구성원을 위한 것인가. 현재 학생뿐만 아니라 과거, 미래의 학생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등록금 인하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현재 학생은 좋겠지만 이것이 누적되면 여러분이 안내는 수업료 언젠간 여러분의 후배가 내게 된다"고 운을 띄었다.

이후 "그 때 여러분이 돈 버니 그때 내실래요? 그렇지 않다. 졸업하면 끝이다. 그럼 그거 책임져야 하는 주인은 누구에요? 여러분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등록금 깎아 달라 하고 나중에 학교에 일이 생기면 나 몰라라 한다면 그건 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A교수는 또 "연세대 주인이려면 다른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 하니까 등록금 낮춰 달라 하는데 우리는 온라인 강의 위해서 학교가 120억원이나 썼다. 10만원씩 내서 우리 온라인 수업 퀄리티 올리자고 교수님들한테 이런 부탁도 하고 왜 그렇게 못하느냐"며 "다른 학교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하자 해서 우리도 등록금 인하? 그럼 연세대학교가 뭐가 달라? 10만원이 그렇게 큰 돈인가?"라고 말했다.
이날 연세대 학생들은 오후 2시 신촌캠퍼스에서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록금 환불 등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양대에서 이어 연세대에서는 '혈서'까지 등장했다.
권순주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코로나 시국에 누구보다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우리 눈엔 보이지 않았다"며 "학교는 학생들 불안감을 묵살하고 말뿐인 약속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학생들은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의 교육권을 스스로 쟁취하도록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결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과거 학생복지처장이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등록금을 내려달라고만 하지 말고 10만원 더 낼 생각은 왜 못하느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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