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억 어디서 구하나"…실수요 청약대기자 `발동동`
입력 2020-06-18 17:47  | 수정 2020-06-20 14:02
◆ 6·17 대책 후폭풍 ◆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인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청약을 넣어 왔는데 청천벽력 소식을 들었다. 이번 6·17 대책으로 인천 서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사실상 청약 길도 막혔다는 것이다.
비규제지역일 때는 A씨는 세 식구가 살만한 전용면적 84㎡을 기준으로 분양가 5억원에서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최대한 활용해 현금 2억원을 모아놨다. 하지만 앞으로 LTV가 40%로 줄어 현금 1억원을 더 모아야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여분의 현금을 마련해도 A씨는 당첨 가능성이 확 떨어졌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추첨제가 20~60% 라 청약가점이 낮은 A씨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투기과열지구가 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는 가점제 100%가 적용된다. '내 집 마련의 꿈'이 깨진 A씨는 당분간 전세로 살기로 했다.
정부가 6·17 대책으로 인천·경기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하며 청약 대기자들이 갑자기 대출이 줄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비규제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인천 연수·남동·서구 실수요자들 비명이 나오고 있다. 청약자격이나 전매제한, 중도금 대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던 인천이 6·17 대책 이후 서울에 버금가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 비규제지역 기준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던 실수요자들은 계획이 통째로 틀어질 상황이다.
정부는 17일 용인 수지와 수원, 안양 등 수도권 17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경기·인천·대전·청주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19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했다.

비규제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한번에 지정된 곳이 가장 타격이 크다. 인천의 연수·남동·서구와 경기도 군포, 안산 단원구, 지방에서 대전 동·중·서·유성구가 있다.
특히 최근 청약대기자가 급증한 인천이 대표적이다. 18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인천의 1순위 청약자는 2018년 6만130명에서 작년 21만8462명으로 3배 넘게 뛰었다. 올해 1순위 청약자 수도 31만3764명(6월 기준)으로 증가세였다.
청약 대기자들에게는 우선 대출규제가 가장 타격이 큰 대책으로 꼽힌다. 인천 연수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7억~8억원 수준으로 비싼 편이지만, 검단신도시와 청라국제도시가 속한 서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4억~5억원 수준이다. 인천 서구 실수요자는 하루 아침에 1억원 가량 돈줄이 막힌 셈이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하면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지고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때까지로 강화됐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1년 이상, 지역별 예치금 충족 시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재당첨 제한도 없고 기존 주택 당첨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 이상, 납입횟수 24회 이상이어야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5년 내 당첨자가 세대에 속하지 않아야 하고 무주택자 세대주만 청약할 수 있다.
입주자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사업장마다 희비도 엇갈렸다. 정부는 이달 19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을 마친 단지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는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하고, 조정대상지역은 전매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19일 이후 신청한 단지는 전매 금지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인천 서구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는 지난 9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해 간신히 규제를 피했다. 총 4805가구 매머드급 단지로 청약통장 3만7000개를 모았던 만큼 6·17대책 직후 당첨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단지는 19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해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하다.
한편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경기도 대부분, 인천 전 지역(강화·옹진군 제외), 대전 전 지역, 세종 전 지역, 청주(동 지역 및 오창·오송읍)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HUG는 19일부터 변경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 발급 시 고분양가 심사를 적용할 계획이다. 고분양가 관리 지역이 되면 분양가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