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본연·한국증권학회 공동심포지엄
입력 2020-06-18 15:10 

주요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 재정·통화정책이 전례 없는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전문가와 학자들이 부양책이 장기화되면 저금리·저성장·저물가가 특징인 '뉴노멀' 상황에서 각종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내밀었다.
18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공동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창수 연세대 교수는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코로나19의 충격이 없었다 해도 저금리·저물가·저성장(뉴노멀)으로 인해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면서 "단기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하되, 근본적으로 금융정책은 뉴노멀 상태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실물·금융 시장을 한꺼번에 강타했다. 비교적 선방한 한국경제는 올해 1분기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4.7%나 감소했고,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시기던 2008년 4분기 기록한 -8.4% 이후 최저치인 -4.8%을 기록했다.
코로나19는 과거 위기와 달리 생산·소비·투자활동 둔화에서 출발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는 등 세계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됐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등 경제의 취약한 부문부터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이나 금융 구조조정 등 국소적인 부문별 처방이 아닌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에서 미국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발표나 한국 정부가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은 신속한 위기 차단 조치로 위기 확산 초기 단계에서 대규모로 강력히 대응한 사례라고 평가 받았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기존에 금융 시장에 구조적인 문제였던 장기간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란 '뉴노멀' 상태에서의 부작용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됐다는 점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같은 기술발전으로 자본재 가격과 투자지출이 줄었고, 인구고령화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면서 이자율도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만성적인 저금리 환경은 경제활동 둔화와 더불어, 가계·기업부채 확대와 고위험자산 쏠림 및 자산가격 버블 등을 유발시켰다.
뉴노멀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막대한 부양책이 풀어낸 유동성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활용하고 부실기업 판별을 강화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해 핀테크와 금융회사간 데이터 유통·결합·사업화 등 혁신성장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의 기업평가와 투자 패러다임을 재무적 요소가 아닌 무형자산이 주도할 것이라 내다봤다.
가장 단적인 사례로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당시만 해도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권 안에는 포스코, 팬오션, 현대차, KB금융, 한국전력, 신한지주, 현대모비스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형 제조업과 전통 금융업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18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권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헬스케어 업종과 네이버·카카오 같은 인터넷 플랫폼 업종, LG화학과 삼성SDI 등 2차 전지 업종 등 신성장 업종과 서비스 업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분기 말 기준 0.7배로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수준이다. 이 같이 저평가된 원인으로 과거에는 잠재성장률 둔화와 북한 리스크, 열악한 기업지배구조 등이 지목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인 무형자산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한국 증시는 PER이나 PBR 기준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존재했지만 앞으로는 PPR(가격 대비 특허권가치 비율) 등 무형자산의 가치로 기업이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ICT와 바이오 업종 위주로 우수한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 상승여력이 높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금융투자환경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2009~2019년 10년간 은행규제가 강화되고 장기 저금리가 계속된 틈을 타 채권과 대체투자의 전성기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해외투자가 증가했고, 투자 스타일도 액티브 보단 패시브가 급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무형자산 시대가 열리면서 무형자산 가치로 평가받는 신성장산업 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무형자산의 시대에선 사전 기업공개(Pre-IPO) 단계에 있는 유망 성장주 투자와 더불어 증가한 비대면 직접투자 수요에 발맞춘 금융투자업계의 진화가 요구된다.
이 연구위원은 "Pre-IPO 투자를 비롯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 벤처캐피탈 투자 및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플랫폼이 미래 금융투자회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며 "패시브 투자 성장은 이어지겠지만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액티브 투자도 신성장산업에서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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