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월 `코끼리 발언` 속 월가 "뉴욕증시 거품 7월 붕괴…연준, 주식쇼핑 나설지도"
입력 2020-06-18 15:05  | 수정 2020-06-25 15:07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개별 기업 채권에 이어 기업 주식 구매에 나설 수도 있다는 월가 예상이 나왔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팬데믹(COVID-19 대유행)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대량 실업 탓에 빠른 시일 내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제기된 희망섞인 예상이다. 연준의 우선 순위 목표 중 하나가 '일자리'인 데다 워싱턴DC 정가에서 추가 부양책 방향을 두고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무부가 의회 승인을 받아 재정을 푸는 것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통해 돈을 푸는 것이 더 빠른 대응이 될 것이라는 게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판단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마이너드는 16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다음 번 쇼핑 리스트는 미국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주식시장에 나서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언제 사라질 지도 모르는 '좀비 기업'들에게 돈을 대주기만 한다면 이는 전례없는 문제를 만들 뿐"이라고 봤다. 마이너드 CIO는 "연준이 유동성 공급·기업 지원 차원에서 정크 본드(신용등급이 낮은 부실 채권)를 사주는 것은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almost socialist program)이며 이는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나 기업의 채권을 구매하는 것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연준이 주식 구매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마이너드 CIO가 이같이 언급한 이유는 단기 실물 경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일자리와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4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그 기간동안은 경기 회복을 위한 꾸준한 투쟁이 필요하며 연준도 추가 대응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올해 3~4분기 좋은 반등이 올 것"이라고 언급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 등의 낙관론과 달리 이같은 비관론을 낸 데 대해 마이너드 CIO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의 소비 지출액 뿐 아니라 소비 성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또 일부 업종에서는 사람들이 일자리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영구적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마이너드 CIO는 최근 뉴욕 증시 회복세가 '거품'이며 한달 정도 후면 이 거품이 꺼지면서 추가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연준이 엄청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발표한 3월 23일 이후부터 S&P 500은 당시 대비 40%급등했고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실물 경제에서 붕 뜬 결과라는 점에서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기술 벤처 기업 주가에 거품이 끼어 급등한 현상)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상황이 거품이라고 진단하더라도 거품이 가라앉는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 이와 관련해 마이너드 CIO는 "확실한 건, 거품은 언제나 사람들 예상보다 더 오래 더 많이 끼었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라면서 "S&P 500 지수를 예로 들면 아마 다음 달(7월)정도에 거품이 빠져 최저점(3월 23일, 2237.40포인트)이 어딘지 바닥을 시험하게 될 것이며 1600포인트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회색빛 전망을 내놨다.
그간 미국에서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할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연준이 주식 구매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으로서 민간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지난 4월 6일 CNBC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진 않지만 솔직히 말해 장기적으로 보면, 연준이 보유 가능한 자산과 자산을 관리할 권한을 넓히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다른 중앙은행들은 국내외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여왔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0년 동안 주식 ETF를 구매해왔으며 일본 도쿄 증시에서 가장 '큰 손'이다.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 따르면 1분기(1~3월)를 기준으로 스위스 중앙은행은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아마존·애플 주식 1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스위스 국내외 주식 보유 평가금액이 총 940억 여 달러 규모다.
연준은 지난 3월 23일 오후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발표하면서 금융 대출지원이나 재무부 채권 매입 외에 민간 기업 채권 ETF와 민간 기업 채권도 사들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3월 중순은 뉴욕 증시에서 2주 동안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네 번이나 발동되는 등 '코로나19 패닉'이 극도에 달하던 시기다. 다만 발표 이후 연준은 '세계1위 크루즈 관광업체' 카니발과 '미국 3대 자동체 제조업체' 포드 자금 대출을 간접 지원했다. 이어 연준은 지난 달 12일 부로 민간 기업 ETF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달 16일부로 민간 기업 회사채 구매에도 나섰다. 연준이 회사채 구매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투자 분석업체 매케이 쉴즈의 스티븐 프리드먼 거시 경제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소극적 지원방식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지난 16일 파월 의장은 '연준 개입 속도 조절'을 언급하고 나섰다. '연준이 지원하면 기업들이 웬만해서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 투자자들이 서둘러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이미 파산보호신청을 한 기업들과 정상화가 아직 먼 크루즈선·항공·리테일 기업들 주식이 폭등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날 오전 파월 의장은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연준의 개별 회사채 구입)에 따른 이점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면서 "우리는 코끼리처럼 채권 시장에 돌진해 시장 가격 신호 체계를 끝장내고 싶진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일 의회에서 재무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장은 17일 오후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의회가 실업자 지원을 너무 빨리 철회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상·하원은 '주당 600달러 실업 급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2조 2000억 달러 규모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켜 연방 정부가 지난 3월 27일부로 시행 중이다. 다만 오는 7월 31일 기한이 끝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DC 정가에서는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은 실업 급여 혜택 적용 기간을 오는 2021년 1월까지로 연장하자는 입장이다. 하원은 실업 급여 혜택 연장과 가구 당 1200달러(자녀 가구 최대 6000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3조 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 관련 법안을 지난 달 15일 통과시킨 상태다.
반면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은 실업 급여 적용 기간 연장보다는 '취업 보너스'를 지급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자는 입장이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실업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으면 한 주당 450달러를 취업 보너스로 지급하자는 법안을 지난 달 말 발의했다. 연준이 지난 달 27일 베이지북을 발표하면서 "4월 실업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14.7%이며 이는 노동자들이 건강 문제 외에도 관대한 실업 보험 혜택을 의식해 직장 복귀를 꺼려한 결과"라고 분석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대안이다.
한편 오는 19일(우리시간 20일 02시) 파월 의장은 또 한 번의 연설을 앞두고 있다. 이번 주에만 세 차례 공식 등장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수익률 곡선 관리(Yield Curve Control·YCC)'나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다양한 수단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10일 파월 의장은 FOMC 기자회견에서 "오는 2022년까지 연방기금금리(미국 기준금리)를 이전과 같은 연 0.00~0.25%로 동결한다"면서 "경제 회복 속도가 불확실해 당장은 금리 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월가에서 꾸준히 거론된 YCC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효율적인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YCC는 일종의 금리 목표제다. 국채 수익률 수준을 미리 정해놓고, 이에 맞춰질 때까지 국채를 사거나 파는 방식이다.
마이너스 금리와 관련해 앞서 지난 3월 15일 파월 의장은 긴급기자회견 당시에도 "마이너스 금리는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이어 지난 달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한 화상 연설에서도 "마이너스 금리를 하지 않는다는 연준의 의견은 변하지 않았다"고 선 그어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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