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합당 어젠다로 뺏길라"…이재명, "내년 기본소득 실증 실험하겠다"
입력 2020-06-18 14:31  | 수정 2020-06-25 14:37

기본소득을 자신의 대표 브랜드로 밀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농촌지역에서 기본소득 실증 실험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본소득 이슈가 여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실제 실험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 미래통합당 어젠다로 변해간다"는 우려를 내비친 뒤 나온 계획안이어서 기본소득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는 이번 실험 의도에 대해 "전 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한 단초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험 표본이 농촌지역으로 편향(Bias)돼 있어 일반화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10월 말까지 기본소득 실험 마을 선정 기준, 지급 금액, 인원수 등을 확정하고 연말까지 실험 마을을 선정해 내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이를 위한 연구 용역 기관도 확정했다. 도는 지난 10일 재단법인 지역재단과 5개월짜리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도는 "농민 뿐 아니라 해당 농촌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라면서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도는 기본소득 도입으로 국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집중 살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농촌지역으로 국한해 진행하는 실험 결과를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는 경기도의 일반적 상황으로 해석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남녀노소, 직업 유무, 도시 농촌, 빈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연구 표본 역시 이러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틀내에서 선정돼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고령층이 많은 농촌지역으로만의 조사는 통계학 측면에서 편향(Bias) 문제가 발생해 도민 전체의 상황으로 일반화 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부산대 통계학과 최용석교수는 "도시·농촌·중소도시 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은 다 다르기 때문에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기 위해 농촌지역만을 대상으로 실증 실험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경기도가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하려는 이유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증 실험 결과는 농촌지역에 국한해 판단해야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 연구 용역은 재단법인 지역재단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2004년 만들어진 지역재단은 1998년 지역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학자와 현장 활동가들이 만든 '지역을 생각하는 모임'이 모태다. '녀름'은 진보적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부설 연구소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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