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갑자기 입금된 2천300만원…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금
입력 2020-06-18 09:21  | 수정 2020-06-25 10:05

"A은행 대출 담당자라며 이체를 잘못했다더니 B은행에서 돈을 보냈더군요."

부산에서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53살 노 모 씨.

그는 이달 12일 오후 본인 계좌로 '2천300만 원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 알림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는데 A 은행 대출 담당자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이체 실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 은행 지점으로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인출해 건네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업무 처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A 씨 휴대폰으로 미리 보낸 메시지에 있는 앱 설치용 링크를 클릭해 실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노 씨가 계좌 입출금 명세를 확인해보니 전화는 A 은행에서 왔는데 B 은행에서 돈이 들어온 것으로 나왔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노 씨는 문제 앱을 삭제한 뒤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하고 거래 은행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소행인 것으로 보고 노 씨와 함께 접선 장소에 도착했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의 앱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원격으로 피해자 휴대폰을 좌지우지하려고 실행을 요구한 것"이라며 "앱이 삭제되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자취를 감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노 씨 계좌에 입금된 2천300만 원은 경남 창원에 사는 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보낸 것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가 계좌 입출금 명세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했기에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은행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시키는 대로 송금했다면 노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을 겪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노 씨는 당분간 계좌를 쓸 수 없게 됐습니다.

해당 계좌가 사실상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셈이어서 계좌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경찰 조사 등을 이유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노 씨는 고용유지지원금 수령과 각종 자동이체 처리 등을 위해 계좌를 새로 만들거나 관련 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다른 계좌를 등록해야 합니다.

그나마 계좌에 들어있던 본인 돈은 비교적 소액인 300만 원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노 씨는 "이번 일로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됐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요즘 약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사기 치는 사람들은 엄벌해야 한다"며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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