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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기안기금 대상 아냐" 자금수혈 선그은 産銀
입력 2020-06-17 17:44  | 수정 2020-06-17 19:43
이동걸 회장
"쌍용자동차 생존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7일 경영난에 처한 쌍용차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해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는 현재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경영진이 경영권 포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 여부가 주목받고 있는데 '무조건 지원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쌍용차에 대해 가감 없는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쌍용차 노사가 좀더 진지하고 솔직해야 하는데 제가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생즉필사 사즉필생(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다)' 각오로 진지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쌍용차는 앞서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약속했던 23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지난 4월 철회한 데 이어 지난 15일엔 "새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추가 지원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2017년부터 13분기 연속 적자일 정도로 경영 상태는 악화 일로다. 특히 쌍용차 부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라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을 겪고 있는 정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며 "쌍용차는 현재 기준에 따르면 지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쌍용차 지원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노사와 대주주 등 책임 주체 의지와 회사의 지속 가능성 두 가지를 꼽았다. 다만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규모 산업은행 대출금 등은 당장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신뢰를 바탕으로 만나서 협의하자"는 의사를 재차 전했다.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상황에 대한 재점검'을 서면으로 논의하자는 뜻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1960년대 연애편지도 아니고 만나서 얘기하면 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장 상황이 바뀌었지만 서로 믿고 얘기하면 많은 것을 풀어나갈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DC현산 측이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신뢰성을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산은은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추가 부채 2조8000억원은 현금 흐름과 무관하게 회계 기준 해석·추정 등 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한일 관계 악화,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항공업계 전반에 미친 영업 부진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평가손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부행장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딜이 깨진다는 가정에 대해선 대비책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한다면 시장 상황을 감안해 모든 부분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연말까지 대한항공에 8000억원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저비용항공사(LCC) 지원에 대해 최 부행장은 "기준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 다른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동원해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에서 3조600억원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에 대해선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조기에 정상화될 것"이라며 "9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외부 컨설팅을 받고 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이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박 회장이 "신속히 자구 계획을 이행하고 에너지 기업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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