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연철, 취임1년 2개월 만에…회담 한 번 못하고 떠난다
입력 2020-06-17 16:51  | 수정 2020-06-24 17:05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수장인 김연철 장관이 최근 악화한 남북관계에 책임을 지고 취임 1년 2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2018년 급물살을 탔던 남북관계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로 악화일로를 걸을 때 장관직에 올라,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나름의 남북협력 공간을 넓혀보고자 했지만 결국 급랭한 남북관계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김 장관이 사의를 결심한 직접적 이유는 최근의 남북관계 악화입니다.

그는 오늘(17일)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자신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공언한 이후 전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기까지 남북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교착상태에 처한 한반도 정세를 타개하기 위한 통일부의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비판이 제기돼온 터였습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학자 시절 남북관계에서의 교류·협력을 중시하며 기업 연구소와 정책 현장 등에서 남북경협과 이를 통한 평화구축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는 지난해 4월 취임사에서도 남북협력에 대한 미국 내 견제가 존재함에도 "경제를 고리로 평화를 공고화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다시 경제적 협력을 증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에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북미 관계 교착 속에서도 독자적인 남북관계 공간을 확보하려 했던 김 장관의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대북개별관광 등 제재를 우회해 북한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추진했지만, 제재 논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성과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또 코로나19를 연결고리로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무응답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김 장관은 취임 이후 한 번도 남북 회담을 해보지 못한 채 통일부를 떠나게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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