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황금의 나라` 페루, 코로나에 경제 40%위축…"140여년만에 최악"
입력 2020-06-17 14:49  | 수정 2020-07-01 16:08

'황금 문명' 잉카 제국의 역사를 가진 남미 페루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태평양 전쟁' 이후 140여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과 은, 구리 등 광물·금속 생산이 일시 멈췄던 여파다. 코로나19가 유럽·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며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글로벌 금속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자원 부국' 페루는 당장의 생산 차질 탓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페루 통계청(INEI)이 발표한 '월간 경제 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페루 경제 생산은 2019년 4월 대비 40.49%쪼그라들었다. 주요 부문을 보면 공장 생산이 65.09%쪼그라든 결과 공장을 포함한 제조업 생산이 54.91% 반토막났다. 또 금속 채굴이 47.26%쪼그라든 결과 광업·탄화수소 생산이 42.29% 급감했다.
올해 1월 이후 페루 경제는 월간 경제활동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3.1% 급감했는데, 이를 감안하더라도 4월은 감소폭이 유례없이 크다. 다만 페루는 경제 구조 상 수출 의존도가 높고, 수출 절반 이상을 광업 부문이 책임진다. 이런 가운데 광업 부문이 40%이상 위축됐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금속 채굴 작업은 사람 손길이 많이 가는 '노동 집약적' 특성을 가지는 데다 다수가 광산에 모여 일하는 구조여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대해 이날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태평양 전쟁(1879년 4월~1883년 10월)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면서 "이번 통계는 정부가 지난 3월 16일부로 부득이하게 봉쇄령을 선포하면서 경제가 3~4월 두달 동안 기존의 44%정도만 가동된 결과"라고 설명했다고 현지신문 레푸블리카가 전했다. 태평양 전쟁은 지난 1879년 4월 칠레·페루·볼리비아가 아타카마 사막의 초석(비료로 쓰이는 질산 칼륨 원료)지대 영향력 확보를 위해 벌인 국제 분쟁이다.

금과 은, 구리 등은 글로벌 시장의 대표적인 원자재다. 안전 자산으로도 통하는 금은 코로나19사태 속에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전세계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 목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자 최근 들어서는 자금이 안전 자산보다는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몰리기도 한다. 특히 산업 생산용으로 쓰이는 구리는 코로나19 탓에 공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또한 급감한 여파로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페루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서 전국 수백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병원과 학교·도로 등 공공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인프라 공사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페루 인구는 3200만 여 명인데 지난 3~5월 세달 간 수도 리마를 포함한 수도권에서만 페루인 2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지난 8일 세계은행(WB)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5.2%로 제시하면서 페루 경제(-12.0%)는 글로벌 경제 전체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페루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현재 페루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3만7156명이며, 사망자는 총 7056명이다.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8번째,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브라질 다음으로 두 번째로 피해가 크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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