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코로나 `여름 미스터리`…확산은 여전한데 사망위험은 낮아졌다
입력 2020-06-17 13:32  | 수정 2020-06-24 14:07

코로나19 팬데믹 감염곡선이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지난 16일 전세계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14만2557명으로 집계돼 팬데믹 집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7일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중국 우한폐렴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일별 신규 확진자는 ▲2월12일 1만명 돌파 (1만4153명) ▲3월 26일 5만명 돌파(6만1105명) ▲4월 14일 10만명 돌파(10만2100명) 등 무서운 기세로 상승한 뒤 이달 16일 마침내 14만2557명까지 올라 15만명대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날 역대 최대치 기록을 야기한 나라는 브라질로 무려 3만49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당일 전세계 신규 확진자의 2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지난 4월 24일 하루만에 3만907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미국을 잇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브라질에 이어 인도가 이날 1만1135명의 확진자가 나와 현 팬데믹 국면에서 이 두 나라가 가장 심각한 핫스팟임을 확인시켰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브라질과 인도의 치명률이 각각 4.9%, 3.4%로 미국의 치명률(5.4%)보다 낮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비교해 브라질은 부실한 의료시스템은 물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더욱 악화한 상태다.
급격한 감염 증가세로 인해 의료시스템 붕괴가 시작됐음에도 미국은 물론 영국(14.1%), 프랑스(18.7%) 등 유럽 선진국보다도 낮다.
심지어 최근 2차 팬데믹이 발발한 이란의 경우 누적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4.7%로 유지되고 있다. 이란에 지난 3월 1차 팬데믹이 닥쳤을 당시 집계된 치명률은 5.2% 전후였는데 석 달만에 치명률이 0.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3~4월 1차 팬데믹 당시 치명률보다 최근 2차 팬데믹 국면에서 중증 사망환자 비율이 크게 완화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란 전문가그룹에서는 지난 2~4월 전세계에서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명성이 당초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란 정부 산하 코로나바이러스 국가대책회의 위원인 에흐산 모스타파비 박사는 지난 9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이란 내 누적 확진자가 최대 1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재 확진자가 10만명 후반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이 추정대로라면 코로나19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지 않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정의 오류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초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 내용을 보면 CDC는 6월 1일부터 미국 내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20만명씩 생겨나고 사망자는 3000명씩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6월 중순인 15일을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만722명, 425명이다. 현 수치를 놓고 보면 한 달 전 미 CDC 전망치는 10배 안팎으로 과도한 전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과 미국보다 열악한 의료 시스템을 가진 브라질과 인도, 이란의 낮은 치명률을 근거로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명성이 약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일단 과학계에서는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치명률 수치에 대해 단 하나의 변수로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통계의 정확·신뢰성 문제부터 탄탄한 의료시스템 여부, 인구구조(젊은층 비율의 높고 낮음 여부). 보건학적 특성(흡연율), 계절적 요인(온도·습도차) 등 다양한 변수가 반영돼 있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단순히 온도의 상승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강력한 치명성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명성은 폐에 대규모 염증을 유발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끈적한 점액질이 환자의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젤리와 같은 분비물로 가득찬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폐에는 아무리 고농도의 산소를 주입해도 공기가 폐의 말단까지 진입하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고온의 여름철이 왔다고 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변화한다는 것은 낭설에 가깝다"며 "일부 국가의 낮은 치명률은 대규모 진단능력 향상에 따른 통계적 착시현상일뿐"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초기 유럽과 미국이 진단능력 미비로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선별 테스트를 했던 것과 달리 최근 뒤늦게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는 국가들은 풍부한 진단 자원을 토대로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치명률 산식(누적 확진자 수/누적 사망자 수)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누적 확진자가 3~4월 팬데믹 당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성은 바뀌지 않는 대신 겨울보다 여름철에 면역력이 개선된다는 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성을 낮추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질병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국내 폐렴 진료 환자는 12월이 24만 명(11.8%)으로 가장 많았고, 8월이 11만 명(5.2%)으로 가장 적었다. 환자수의 계절별 점유율 또한 겨울이 28.8%로 가장 높았고 여름이 18.4%로 가장 적은 환자수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에는 추위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코과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져 여름철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유리한 여건이라는 게 호흡기 전문가들의 평가다.
연내 효과적인 코로나19 치료제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다시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진 북유럽 국가의 노년층들이 면역력 유지에 이로울 수 있다고 판단해 따뜻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떠나는 등 각국별로 진풍경이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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