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름 발린 말 몇 마디로 남북관계 발전할 수 있는가"
입력 2020-06-17 08:53  | 수정 2020-06-24 09:05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오늘(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발언을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혹평하면서 남측이 지난 2년간 한미동맹만을 우선시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그제(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과 6·15선언 20주년 행사 영상 메시지를 두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남북 갈등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묵인'을 재차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 연설에서 이에 대한 "사죄와 반성,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이 아닌 "변명과 술수로 범벅된 미사여구"만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뢰가 밑뿌리까지 허물어지고 혐오심은 극도에 달했는데 기름 발린 말 몇 마디로 북남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겠는가"고 되물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면서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면서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채 미국 측에 굴종했다는 비판을 이어가면서, 더는 남측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남북 합의가 '한 걸음'도 이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면서 '남북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이어진 예로 한미실무반 출범, 한미연합훈련 등을 열거했습니다.

그는 이어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습니다.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라는 기존 경고를 반복했습니다.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장도 이날 별도 담화에서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발언을 겨냥, "북남 관계가 총파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여 눈썹 하나 까딱할 우리가 아니"라면서 "득실관계를 따져보아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실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 부장은 "지금까지 북남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이라면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과 무슨 교류나 협력이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파렴치의 극치' 제목의 논평에서 전날 통일부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의 성명을 거론하며 "입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되어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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