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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꽁꽁 얼어붙은 한화 타선이 사르르 녹았다 [현장스케치]
입력 2020-06-17 00:00 
박상언은 16일 KBO리그 대전 LG-한화전에서 9회말 2사 만루에서 극적인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 하지만 정우영과 대결에서 두 차례 파울을 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3연승과 10승, 독수리의 두 마리 토끼 사냥은 쉽지 않았다. 패배. 그러나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한화는 16일 KBO리그 대전 LG전에서 5-9로 졌다. 2019년 6월 8일 이후 대전에서 한 번도 LG를 이기지 못했다. 시즌 28패째(9승). 연장 혈투 끝에 kt에 패한 9위 SK와 승차를 2.5경기로 좁힐 기회도 놓쳤다.
어려운 경기였다. 선발투수 장민재가 초반부터 제구 난조로 대량 실점을 했다. 7회초까지 0-7로 끌려갔다. 3회말 2사 2, 3루에선 정은원의 큰 타구가 외야 폴을 살짝 빗나갔다. 파울 홈런. 한화 공격 중 가장 아까웠던 상황이었다.
LG의 완승 분위기였다. ‘6번타자 호잉이 멀티히트를 쳤으나 한화 타선이 침묵했다. 6회말까지 LG 선발투수 정찬헌(6⅔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정찬헌이 선발투수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정주현을 비롯한 타자들이 초반부터 집중력을 보이며 빅이닝을 만들었다”라고 평했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지난 주말 18연패 탈출 후 ‘다음만 생각했다. 2위 LG(16~18일 대전), 1위 NC(19~21일 창원)를 차례로 만나는 한 주인 만큼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LG를 이길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는 터득했다.
7회말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박빙이었다. 한화는 끈질기게 LG를 괴롭혔다. 7회말 2사 후 노시환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불씨를 살렸다.

LG는 7회말 2사 1, 3루에서 투수를 교체했다. 정찬헌의 투구수는 94개. 두 번째 투수 최성훈은 7점차 리드에도 너무 긴장했다. 볼이 많았다. 이용규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한화는 대타 김민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만회하더니 정은원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좌익수 김현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간발의 차였다.
한화는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LG의 세 번째 투수 여건욱은 등판하자마자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LG는 8회초 정주현, 9회초 채은성의 홈런이 터지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예전의 한화였으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 감독대행의 발언대로 한화는 쫓아갈 힘이 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9회말이었다. LG는 이날 등록한 이우찬을 투입했다. 이우찬은 선발투수 예비 후보 1순위로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즌 첫 KBO리그 경기부터 호되게 당했다.
한화는 조한민의 2루타와 김민하의 안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우찬은 정은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공을 송은범에게 넘겼다. 베테랑 송은범조차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던 김태균이 송은범의 투심을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5-9까지 추격했다. 최 감독대행도 크게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한화의 공격은 계속됐다. 대타 정진호가 1루수 땅볼을 쳤으나 호잉이 2S 카운트에서 공에 맞았다. 2사 만루였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었다. LG는 쓰기 싫었던 정우영을 써야 했다. 박상언은 삼진 아웃됐으나 두 차례 파울을 치며 정우영을 괴롭혔다.
진땀승에 LG는 안도했다. 분패에 한화는 탄식했다. 18연패 탈출 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독수리 군단이다.
한화는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치렀던 LG와 대전 3연전에서 4득점에 그쳤다. 무득점이 2경기였다. 당시 한화의 LG전 타율은 0.194였다. 이번엔 달랐다. 한여름에 꽁꽁 얼어붙었던 타선이 사르르 녹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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