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역 살인사건 4년인데…여전한 '범죄 사각지대' 남녀공용화장실
입력 2020-06-16 19:20  | 수정 2020-06-16 20:37
【 앵커멘트 】
상가 남녀공용화장실에서 불특정 여성이 살해당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도 4년이 넘게 흘렀죠.
화장실 구조상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각 지자체에서는 화장실 성별 분리 장려 사업까지 벌였는데, 현실은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심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상가 건물.

2층에는 남자화장실이, 한층 더 올라가니 여자화장실이 보이고 문에는 모두 도어록이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화장실인데, 사고 이후 남녀 따로 층을 나누고 안전장치를 강화한 겁니다.

▶ 스탠딩 : 심가현 / 기자
- "유흥가가 밀집한 강남의 또 다른 골목입니다. 이곳의 화장실은 어떤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취재 결과, 노후된 건물 10곳 가운데 4곳꼴로 남녀 공용 화장실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문이 열려 있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데도 CCTV나 안전벨은 찾아보기 어렵고,

비좁은 내부 남녀 칸의 변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부터, 간혹 도어록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인터뷰(☎) : 이수정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여성의 안전이 도모되지 못하는 위험한 공간이다. 밀폐된 공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까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지난해 기준 서울 도심 24,000여 개의 민간 화장실 중 3,700여 개는 여전히 남녀 공용입니다.

시민들의 공포도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민서 / 서울 도곡동
- "아무래도 범죄가 좀 자주 일어나다 보니까 (화장실에 있을 때) 남자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서…. 좀 많이 불안합니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화장실 남녀분리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사업도 시행했지만, 신청 건수는 전체 35건에 그쳤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비용도 그렇지만, 공간도 좁으면 남녀 분리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도 있고…."

곳곳에서 마주하는 우려스러운 공중화장실, 여성 이용객들은 오늘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MBN뉴스 심가현입니다.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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