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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ROE 2년새 최대폭 감소…코스피 대세상승 발목
입력 2020-06-16 17:56  | 수정 2020-06-16 23:44
최근 2년간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 감소폭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KTB증권에 따르면 한국 기업(MSCI 기준)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12MF ROE)이 최근 2년간 4.5%포인트 감소해 주요국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12MF ROE는 향후 12개월간 기업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을 현재 자기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한 자본 대비 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앞서 지난 10년간의 12MF ROE 추이를 살펴보면 대체로 국내 증시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6월 말 한국 기업의 12MF ROE는 12.0%로 집계됐으나 약 2년이 지난 현재 이 수치는 7.5%까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4월 이후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 반등 랠리를 견인했지만 지난 2년간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실상 기업의 기초체력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2년간 미국의 12MF ROE는 18.3%에서 15.2%로 약 3.1%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독일의 12MF ROE는 4.1%포인트 감소해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고 영국(3.6%포인트), 미국(3.1%포인트), 프랑스(3.1%포인트), 일본(2.5%포인트), 대만(1.6%포인트), 중국(1.5%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글로벌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이익 전망 감소폭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 3월부터 6월 초까지 코로나19 확산 이후 3개월간 한국의 12MF ROE 감소폭은 0.7%포인트로, 주요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다. 즉 한국은 대대적인 봉쇄 조치 없는 방역 조치를 시행한 만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ROE 감소보다는 그 이전 주 52시간 근무제, 무역전쟁 등 국내외 기업환경 악화에 따른 타격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7월은 국내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 적용된 시점이자 미국의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이 시작된 시점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은 만큼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이 특히 컸다. 2018년 7월 이후 2020년 2월 말까지의 12MF ROE 감소폭은 3.8%포인트에 달한다. 이처럼 기업 실적 전망이 크게 악화되다 보니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이 한창인 가운데에도 국내 증시만 소외됐다. 한때 2500을 구가하던 코스피는 2018~2019년 하락장을 거쳐 2000선 안팎에서 오르내리며 '박스피'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기업 실적 전망이 악화됐는데도 국내 증시는 전고점을 대부분 회복하는 등 기업 실적 전망과 주가 사이 다소 괴리가 일어나는 양상이 관찰된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공매도 금지 등 주가 부양 조치로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IBK투자증권이 이날 발간한 보고서도 맥을 같이한다. 이날 보고서에서는 코스피 상승 추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코스피 ROE가 10%를 돌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스피 상승 추세를 위해서는 이익 전망치 상향을 통한 밸류에이션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IBK투자증권은 코스피 상승을 위해서는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PBR와 ROE는 관계가 깊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ROE는 기업이 보유한 자본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을 나타낸다. 수익성이 높아진다면 기업의 순자산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주당순자산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아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된다. IBK투자증권은 PBR 1배에 이르기 위해서는 ROE가 10%를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이익 추정치가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ROE의 10% 달성이 올해 안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가영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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