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핀셋`이라더니…서울 외곽 들쑤신 12·16대책
입력 2020-06-16 17:35  | 수정 2020-06-16 21:09
지난해 '12·16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최근 6개월간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된 경기 과천·광명·하남이 평균 약 3% 오른 반면 상한제에서 비켜난 경기 수원·구리·용인은 평균 12%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값이 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핀셋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으나 규제에서 비켜난 곳이 오르고 또다시 규제지역으로 추가되는 '두더지 잡기'식 집값 상승과 규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규제 풍선효과가 쏠린 수원·구리·용인(현 조정대상지역)은 정부가 17일 발표하는 21번째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큰 두더지 잡기식 규제를 이제 그만하고 차라리 전국을 동시에 규제하는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매일경제가 한국감정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이후 지난 8일까지 약 6개월 동안 경기도 지역별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수원이 14.8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구리(13.5%), 안산(9.91%), 화성(9.45%), 용인(9.39%) 순으로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이거나 비규제 지역인 곳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과천(-0.85%), 광명(7.35%), 하남(3.79%), 성남 분당(-0.50%) 등 4곳은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12·16 대책에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지로 추가된 과천·광명·하남의 최근 6개월 평균 상승률(3.43%)에 비해 상한제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최종 제외됐던 수원·구리·용인의 평균 상승률(12.59%)이 3.7배 높았다.
다만 최근 6개월 사이에도 2·20 대책을 계기로 지역별 상승 속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초 수원·용인 등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자 정부는 지난 2월 20일 수원 권선·영통·장안, 안양 만안, 의왕 등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자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되지 않은 인천 연수(8.87%), 안산(8.14%), 오산(7.97%), 군포(7.89%) 등 비규제 지역이 이후 약 4개월 동안 8% 안팎 급등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인천은 청약에도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올해 분양한 아파트가 전부 1순위로 마감했다. 지난 4월 공급된 부평역 한라비발디트레비앙은 평균 청약 경쟁률이 251.9대1로 2000년 이후 인천 지역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면 거기서 제외된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이를 잡기 위해 또다시 규제 방망이를 휘두르는 '두더지 잡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6·17 대책에서 사실상 경기도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도권만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풍선효과가 지방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정부가 지난달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설치 용지로 확정한 충북 청주는 몰려든 외지인의 갭투자에 지역 실수요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한 달 새 아파트값이 평균 3%가량 급등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일부 지역만 규제지역으로 추가한다면 결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다음 먹잇감을 안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차라리 전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일변도 정책보다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오히려 푸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처음부터 너무 투기와의 전쟁으로 몰고 가 역효과가 많이 났고 유동성의 힘을 너무 무시한 경향도 있다"며 "재건축을 억제하는 등 반시장적 정책보다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등 장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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