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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새벽 제세동` 다운, 지코의 눈은 옳았다
입력 2020-06-16 14:40 
신예 다운은 지코가 홀로서기 후 `찜`한 1호 아티스트로 화제가 된 가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실력자로 소문난 싱어송라이터다. 제공|KOZ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싱어송라이터 다운(Dvwn, 본명 정다운, 26)은 아직 대중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이름에 붙는 '실력파 신예'라는 타이틀에는 과연 이유가 있었다. 이제 갓 대중음악씬에 발 들인 지 2년 된 신인이지만 그가 들려주는 음악이 세간의 찬사를 뒷받침한다.
다운은 지난해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아티스트돌' 지코가 선택한 1호 가수다. 지코의 첫 정규앨범 Part.2 타이틀곡 '남겨짐에 대해'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지만, 이에 앞서 엑소 찬열의 '봄 여름 가을 겨울(SSFW)', 엑소 레이 '마포 토푸(Mapo Tofu)', 베이빌론 '카르마(Karma)', 에릭남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등 다수의 작업에 참여하며 이미 그 실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군 전역 후 편의점 사업을 하다 갑자기 마음이 동(動)해 음악에 뛰어들었다는 다운. 그 전까진 음악(인)을 꿈꾼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지만 무작정 음악이 '하고 싶어'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여 지내는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 들어간 그는 여느 예비 뮤지션들이 그러하듯 사운드클라우드에 자신의 음악을 올려 리스너들과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다운이라는 예명은 '새벽을 깨우는'이라는 뜻의 '웨이킹 더 다운(Waking the dawn)'에서 착안해 정했다. 'DAWN'의 A를 거꾸로 뒤집어 표현, '새벽을 깨우는 목소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왜 '새벽'에 꽂혔던걸까. "당시 새벽에 작업을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햇빛을 싫어해요. 대부분 아침에 자고 밤에 작업하는 식으로 살다 보니, 내가 새벽이고 새벽이 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업 공간도 지하에 있었는데 불을 켜지 않으면 하루 종일 밤이니까, 그래서 '새벽'에 착안해 짓게 됐죠."
다운은 소속사 수장 지코의 반응에 대해 "키치한 대목에 꽂히신 것 같다"며 적극적인 지지에 고마움을 표했다. 제공|KOZ엔터테인먼트
동 트기 직전이 아닌, 어둠이 내려앉아가는 시점의 새벽에 꽂혔다는 다운. 새벽은, 그 시절 그리고 지금의 그에게 어떤 시간일까. 그는 "지금과 그 때를 생각하면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작업은 똑같이 밤에 하는데, 당시엔 좀 힘들었다. 해를 안 보는 생활을 하니 건강에 좋지 않아, 몸도 힘들고 정신도 힘들었죠. 그 때 당시의 새벽은, 애증이었어요. 싫기도 하고, 그런데 좋으면서도 억지로 해야 하는 느낌? 항상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은 사는 것도 바뀌었고 잠도 잘 자서, 간간이 힘든 게 있죠. 그래도 작업은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동반되어야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여전히 새벽에 많이 해요."
이 '새벽'의 아이콘, 다운은 최근 새 디지털 싱글 '새벽 제세동 Vol.3'을 발표했다. 현 소속사 KOZ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두 장의 싱글과 마찬가지로, 이번 싱글 역시 다운이 직접 프로듀싱했다.
타이틀곡 '콘크리트'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재지한 편곡이 돋보이는 곡으로, '인디요정' 치즈(CHEEZE)의 피처링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달콤한 하모니를 완성했다. 기존 '새벽 제세동'으로 발표했던 '기억소각', '마지막'이 리드미컬하면서도 다소 차분한 분위기가 베이스로 깔린 곡들이었다면 '콘크리트'는 상대적으로 통통 튀고 밝은 분위기라는 점에서 완벽한 변신이라 할 만 하다.
"'콘크리트'는 밤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예요. 앞서 '새벽 제세동'으로 발표한 곡들이 자전적인 이야기였고 새벽의 어두운 부분이었다면, 이번 곡은 새벽의 밝은 부분을 담은 곡이죠. 이전 곡들이 3년 전에 썼던 '새벽 제세동'이라면 이번 곡은 이번에 새롭게 쓴 곡이니까, 다운이 3년 전에 느꼈던 새벽과 지금 느끼는 새벽이라는 점에서 달라진 점을 보여주기도 하죠."
기존 곡 분위기와 사뭇 달라진 데 대해 다운은 "(분위기가 확 바뀌어) 당황해하신 분들도 꽤 있더라. 나는 그냥,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좋겠다. 사람이 항상 어둡고 우울할 수만은 없지 않나. 한 가지만 하면 재미 없기도 하고. 나 역시 밝은 노래를 듣고 자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노래로써 즐거움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다운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말고, 변화를 "즐겨달라"는 당부를 담겼다. 제공 |KOZ엔터테인먼트
곡에 대한 소속사 대표 지코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데모 듣고 바로 하자고 하셨어요. 가사에 '콘크리트'라고 뱉고 트럼펫 나오는 부분이 키치한데, 그 부분에 많이 빠지신 것 같았어요. 사실 이 정도로 귀여운 곡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렇게 완성됐죠. 작업 과정에서 (지코와)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세심하고 진지하게 모니터링 해주셨어요."
'콘크리트'는 스톱모션 형식으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 음악영화를 보는 듯 제작된 뮤직비디오로 볼거리도 더한다. 소심한 방콕러 '꽃(다운)'과 파워 친화력의 핵인싸 '벌(치즈)' 두 주인공들의 우연한 만남에서 운명적 끌림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식물과 곤충의 귀여운 러브 스토리 구성이 인상적이다.
다운은 "스톱모션으로 해보고 싶어 아이디어를 내봤다.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의견을 냈는데, 한국에서 스톱모션을 하는 스튜디오가 많지 않았지만 서로 재미있겠다는 의견이 모여 완성하게 됐다"면서 "'콘크리트' 뮤비 이후에도 스톱모션이 많이 활용되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적, 하림, 검정치마 등 자기만의 뚜렷한 음악 세계로 사랑받는 이 시대 진짜 '뮤지션'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자라왔다는 다운. '계획'보다 '즉흥'적 선택에서 낭만을 느끼는 편이지만 음악은 어느덧 그의 새로운 '길'이 됐다. 그는 "음악을 결정적으로 하게 된 계기로, 목소리도 한 몫을 했다. 유명한 솔로 아티스트들을 보면 목소리가 독특한 분들이 많은데, 그게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재능이라기보다는, 타고나는 부분인데,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데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신인이면 으레 내놓기 마련인 '목표'는 따로 없다며, 뮤지션으로서 구체적이고 원대한 꿈을 꾸기보다는 '단독 공연 개최', '정규앨범 발매', '재즈페스티벌 출연' 등 상대적으로 소박해보이는 포부를 밝힌 다운. 그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보다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면서도 또 하나의 특별하면서도 진솔한 바람을 덧붙였다.
"팬들이 제 곡을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다운의 음악에 대해 선입견을 안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음악을 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음악만 하는 애는 아니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기존 팬들 중엔 KOZ(현 소속사)에 들어가서 음악이 바뀌는 거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도 계신데, 여기서 낸 음악들 역시 제가 원해서 한 거고요. 다운에게서 이런 노래도, 저런 노래도 나온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되게 차가워 보였는데, 따뜻하고 재미있는 것도 하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psyon@mk.co.kr
사진제공|KOZ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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