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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그럭저럭 `#살아있다`
입력 2020-06-16 07: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갖고 있는 포텐은 강력한데 어쩐지 활용을 못해 아쉬운 결과물이다. 죽 쑨 건 아닌데 그렇다고 기대만큼 살리지도 못한, 터질듯 말듯 그럭저럭 볼만한, 기대작 ‘#살아있다다.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좀비 생존 스릴러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시작은 좋다. 오감을 사로잡는 음악과 심장을 제대로 조이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오프닝. 좀비물다운 미장센과 쫄깃한 긴장감, 고립된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유아인의 원맨쇼까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유아인은 이번에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문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공격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하지만 집 안에 숨어 오래 버티기엔 턱없이 부족한 물과 음식, 여기에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외로움까지 더해진 ‘준우의 상황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해낸다. 허당인듯 점점 성장하는, 인간적이면서도 빠져드는 남성미를 제 색깔로 입혀냈다.
반면 극 중반부에 등장하는 여주 박신혜의 존재감은 상당히 아쉽다. 탁월한 생존기술을 지닌 걸크러쉬 캐릭터로 기존의 재난물 속 여주들과는 차별화된 지점들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에너지와 특유의 러블리한 분위기 때문인지 그 매력을 백분 살리지 못한다. 늦게 등장한 만큼 한 방에 어필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씬이 감각적이고 다이나믹한 음악과 함께 주어지지만 어쩐지 그럭저럭 평범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신선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케미도 기대만큼 눈길을 사로잡진 못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스토리다. 좀비들의 습격과 함께 숨 가쁜 추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 사이 사이 넣어놓은 ‘드라마라인이 상당히 어설프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이 같은 형태는 앞선 히트작 ‘엑시트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엑시트가 재난물의 특성을 약화시키는 지점을 드라마를 통해 웃음과 소소한 재미들로 채워 넣다면, ‘살아있다의 경우는 이 부분을 확실하게 어필하지 못한 듯하다. 쉬어가는 타임이라기보단 다소 늘어지는 인상을 주며 전체적인 쾌감 지수를 하락시킨다.
줄을 타는 소방관 좀비, 방에서 얌전히 이불을 덮고 자는 좀비, 마지막 반전키로 넣었지만 ‘투 머치 설정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수상한 생존자, 허무할 정도로 급 마무리 되는 엔딩까지.
참신한 소재와 생생한 비주얼, 매력적인 배우들로 다채롭게 빵빵 터질 구간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웃음도 긴장감도 액션도 스릴도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으로 완성됐다. 강렬한 초반부에 비해 갈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뒷심 부족이 아쉬운 스릴러. 처음부터 끝까지 지침 없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건 감각적이고 중독되는 음악이다. 오는 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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