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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던지고 공에 맞고…빛났던 이용규의 투혼
입력 2020-06-15 09:39  | 수정 2020-06-22 10:05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35살 이용규가 변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한화 코치진, 선수들, 프런트 직원들까지 한목소리였습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했던 이용규가 겸손한 자세로 주변을 챙기기 시작했고, 개인주의적 성격을 내려놓고 팀의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용규는 불과 1년 전 팀 분위기를 해친 주적으로 몰렸습니다.


포지션 이동 문제에 불만을 품고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가 주변의 공분을 샀습니다. 결국 팀으로부터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징계를 받고 1년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징계에서 풀려난 이용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2의 선수 인생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용규는 조용하게 자기 몫을 다했습니다. 그저 묵묵하게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팀의 18연패 기간에 더욱 그랬습니다. 연패 사슬을 끊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었습니다.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인 19연패 여부가 달린 두산 베어스전에선 더욱 그랬습니다.

이용규는 그제(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 3-4로 뒤진 3회 초 1사 김재환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습니다.

해당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어제(14일) 특별 서스펜디드 경기로 이어졌는데, 날이 바뀌어도 이용규의 자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독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4-5로 뒤진 7회 말 공격이 백미였습니다. 이용규는 1사 1루 기회에서 상대 팀 투수 박치국이 던진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팀 득점 기회를 이어갔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이었습니다.

이용규의 출루로 공격 상황은 1사 1, 2루로 변모했고 이후 정은원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만약 이용규의 몸을 던지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한화의 연패 사슬은 끊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용규는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노태형의 끝내기 적시타 때 결승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모두가 연패 탈출에 흥분해 기쁨에 빠져있었을 때, 이용규는 곧바로 이어질 두 번째 경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도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며 3-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후배들은 이용규의 모습에 많은 것을 느낀 듯했습니다.

끝내기 적시타를 기록하며 연패 탈출의 영웅이 된 한화 노태형은 "지난겨울 (비활동기간에) 이용규 선배와 함께 훈련했는데, 당시 이용규 선배가 숙식을 제공해주셨다. 참 고마운 선배"라고 특별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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