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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 교수 "문재인정부 금융정책을 정치 수단으로만 활용"
입력 2020-06-12 17:40  | 수정 2020-06-12 23:12
한국금융학회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점검`을 주제로 특별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 김진일 고려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구소장, 김홍범 경상대 교수, 남주하 서강대 교수, 조경엽 KB금융경영연구소장, 채희율 경기대 교수,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왼쪽부터)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금융정책을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병폐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국금융학회에서 제기됐다.
이영섭 서울대 교수는 12일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점검'을 주제로 열린 한국금융학회 특별 정책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와 "금융 분야 정책이 주로 정치적 부담이 작은 선심성 정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작 우리나라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강건성을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현 정부 금융정책과 관련한 문제로 △금융의 수단화(정치화) △낮은 수준의 개혁 △단기적 시계 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이란 개념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며 "정치의 수단으로만 삼을 게 아니라 금융을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융시장 발전 순위에서 우리나라 글로벌 경쟁력은 141개국 중 74위에 그쳤다.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글로벌 수준이나 제조업 발전 수준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수단화는 금융을 정책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는 한계를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도 정치를 위한 선심성 정책 일환으로 해석했다. 이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 재정을 동원해야 할 부분을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초저금리 대출을 내주는 것보다는 세제 감면을 해주는 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금융 정책이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빠르게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낮은 수준의 개혁'만 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 교수가 예로 든 사안은 은행과 산업 분리를 의미하는 '은산 분리'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 이 교수는 "은산 분리를 단순히 특정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혜 차원에서 볼 게 아니라 향후 금융업 경계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해 백지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어렵고 부담스럽더라도 감내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와 관련해선 "정책과 감독을 완전히 분리한다든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현행 체계를 해소하는 등 규제 혁신을 남은 정권 기간에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과거 정부에선 관료들이 장기적인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율성이 약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럴수록 금융정책이 정치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 P2P 대출업 제도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등 혁신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신속하게 내놓은 점도 높이 샀다.
한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 업무의 자율성과 감독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책당국을 대표해 나온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아직 금융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보니 금융의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정권마다 우선순위의 차이가 발생한다"며 "사회적 여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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