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中 신시대 열자"던 日아베의 신출귀몰 태도변화
입력 2020-06-12 13:20  | 수정 2020-06-19 13:37

"일본과 중국 간 신(新)시대를 열겠다."(2019년 12월 25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홍콩 문제를 리드하겠다."(2020년 6월 10일)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작년 12월 25일.
국제사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 간 회동에 주목했다.
중국 청두에서 리커창 총리를 만난 아베 총리는 "양국 간 신시대를 열자"며 2020년 봄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방문을 추진키로 했다.
미·중 간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갑자기 친중 행보를 보인 아베 총리에 미국의 심기가 좋을 리 없었다.

당시 일본 매체들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과 관계개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에서 아베 총리의 노림수는 내부 위기돌파였다.
2018년 4월 아베 총리가 국민 세금으로 지역구민 초청 행사에 식사비를 지원했다는 이른바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이 불거지자 중국과 관계개선이라는 파격 카드로 내부 비판과 압박을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벤트의 클래이맥스인 '시진핑 국빈방문'에서 아베 총리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방일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3월 5일 일본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 계획이 연기됐다"고 공식발표했는데 이 때 아베 총리의 이중행보에 세계는 또 한번 놀란다.
이전까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대중국 항공편 운항을 전면 취소해달라"는 내부 여론을 묵살했던 아베 총리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
시 주석의 방일이 무산된 당일 일본 정부는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오는 모든 항공편의 입국제한을 발동했다.
여기에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덩달아 한국까지 포함시키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가 됐다.
이처럼 시진핑 방일 문제를 둘러싼 아베 총리의 카멜레온 같은 태도 변화는 최근 '홍콩 이슈'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안보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써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자 아베 총리는 전례없이 중국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노출시켰다.
이날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중 어느쪽이 코로나 발원지냐"는 질문에 "중국으로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포문을 연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일 문제가 논의되던 상황에서는 철저히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던 그가 중국의 과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첫 장면이었다.
이후 홍콩안보법 문제로 미·중 간 충돌이 격화하자 아베 총리는 더욱 확실하게 반(反)중국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자리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인권·법의 지배 등 숭고한 가치들을 열거하며 "일본은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G7 내에서 이 이슈를 리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홍콩시위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침묵했던 행보에 비하면 나가도 한참 나갔다는 생각이 들만큼 공격적인 발언이었다.
예상대로 중국은 즉각 발끈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을 열고 아베 총리의 G7 성명 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는 이미 일본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관련 국가(일본을 지칭)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준수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이 같은 반박은 중국을 향해 날 선 이빨을 본격 드러낸 아베 총리의 태도 변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아베 총리는 하루 뒤인 지난 11일에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홍콩 국가안보법 문제로 홍콩을 이탈하는 주민들을 일본이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 "홍콩을 포함한 전문적, 기술적 분야의 외국인 인재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입국 정책을 포괄적으로 언급했지만 홍콩 정세 불안이 다시 발발할 경우 영국, 대만 등 최근 홍콩인들에 대한 적극적 영주권 부여 계획을 밝힌 국가들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발언조차도 국제사회에서 시비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 발언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인권·법의 지배 등을 강조하며 홍콩 문제를 비판하던 아베 총리가 홍콩인의 일본 내 수용 계획에 대해서는 금융 등 전문·기술직 분야로 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향후 홍콩을 탈출하려는 시민들 중에서도 일본은 자국에 도움이 되는 유능한 전문직 인재들을 선별해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인권의 가치를 천명하며 조건없는 시민·영주권 부여 입장을 밝힌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나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도 대조된다.
일본 특유의 자기편의적 이민정책 속성이 그의 발언에 고스란이 녹아 있다는 평가다.
[팬데믹 전후 아베 총리의 對中 태도변화]
▲2019.12.25,
아베, 리커창 총리에 "중일 신시대 열자"
시진핑 주석 4월 방일 추진 합의
▲2020.2.28
아베, "시 주석 국빈방일 꼼꼼히 준비할 것"
▲2020.3.5
日, "시진핑 방일 연기됐다" 공식발표
日, 한국과 중국 상대 코로나19 입국제한 발동
▲2020.5.25
아베, "코로나 발원지는 중국이 맞다"
▲2020.6.10
아베, "일본이 G7서 홍콩문제 리드할 것"
▲2020.6.11
아베, "홍콩 특별기술 인재 일본이 수용할 것"
[이재철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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