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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연패’ 한화, 더 이상 ‘불행의 아이콘’이 돼선 안 된다
입력 2020-06-12 09:01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한화가 0-5로 패하면서 KBO 역대 두번째로 긴 17연패 기록을 세웠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9회초 마지막 공격을 무거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행복의 아이콘이었던 한화 이글스가 연패를 17까지 늘렸다. 프로야구 최다연패 기록에 턱밑까지 다가갔다. ‘행복을 외치던 한화 팬들은 이제 자조적으로 ‘불행을 읊조리는 상황이다.
한화가 17연패 수렁에 빠졌다. 한화는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지난달 23일 창원 NC다이노스전부터 시작된 패배는 이제 17연패가 됐다. 5월 끝자락부터 시작된 패배는 6월이 열흘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17연패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 레이더스가 1999년 기록한 이후 21년 만에 나왔다. 1999년은 한화에 영광스런 한 해였다. 그해 한화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한화의 유일한 우승이다.
프로야구 최다연패는 역시 역사로만 남아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1985년 기록한 18연패다. 한화는 12일부터 대전 홈에서 두산 베어스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12일 경기에서 패하면 삼미의 18연패와 타이기록이 된다.
한화로서는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최악이다. 이미 14연패를 기록한 지난 7일 대전 NC전 이후 한용덕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한 감독의 퇴진 과정에서 구단 내 불협화음이 그대로 노출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6일 NC전이 열리기 전 장종훈 수석코치와 김성래 타격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정현석 타격 보조코치가 모두 빠졌다. 엔트리 등록과 상관없는 박정진 불펜코치도 귀가조치를 받았다. 보통 연패에 빠진 팀들이 내리는 처방 중 하나가 코칭스태프 개편. 하지만 말소만 있었을 뿐 새로운 코치들의 충원은 없었다.
결국 더그아웃에는 한 감독 외에 전형도 작전코치, 채종국 수비코치, 고동진 주루코치, 차일목 배터리코치만 남았다. 한화는 경기 후 부랴부랴 코칭스태프들의 거취를 발표했지만, 다음날 한 감독이 사퇴했고, 8일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면서 다시 코칭스태프를 개편했다. 정현석 코치와 박정진 코치는 2일 만에 다시 1군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최근 긴 암흑기를 빠져 나왔다. 김응용 감독(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성근 감독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이글스 레전드인 한용덕 감독의 첫 시즌인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3년 만에 한화는 도돌이표를 찍고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사태로 야구계 내에서는 한화가 다시 도약할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한화팬들의 싸늘한 시선, 무관심은 한화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자, 뼈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던 한화 팬들이다.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더라도 한화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를 목이 터지도록 불렀다. 이글스 팬이라는 자부심이 넘치는 응원가였다.
하지만 이제 한화의 연패가 길어지고, 구단 내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응원의 눈길은 싸늘해지고 있다. 한 한화 팬은 기왕 이렇게 된 것, 최다연패 기록을 갈아 치웠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화 팬이라 행복하다는 목소리보다는 불행하다는 얘기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화가 ‘불행의 아이콘이 되어선 안 된다. 한화 선수단 프런트 모두 새겨야 할 말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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