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흑인사망 시위 여파…미 인종차별 동상·상징물 잇따라 퇴출
입력 2020-06-12 08:10  | 수정 2020-06-19 09:05
미국 상원 군사위는 국방부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 군사기지 명칭을 바꾸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을 휘쓰는 가운데 남부연합 관련 동상이나 상징물이 잇따라 훼손되거나 퇴출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11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는 전날 7천400억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NDAA)을 찬반 25대 2로 처리하면서 이런 내용의 조문을 담았습니다.


NDAA에는 구체적으로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남부연합을 예우하거나 기념하는 이름이나 상징, 전시물, 기념물에 관한 권고를 연구하고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또 명칭 변경에 대한 이행계획과 비용, 기준을 마련해 법 제정 후 3년 이내에 이를 실행하도록 했습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이로 인해 미국은 남북전쟁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었고 결국 북부가 승리했습니다.

현재 육군에는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기지가 10개 존재하고 그간에도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잔재라는 비판론 속에 기지 명칭 문제가 다뤄졌지만 변경되진 못했습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최근 기지 명칭 변경에 열려 있다고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한 가운데 군사위의 법안 처리는 국방부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NDAA는 상원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고,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에서도 자체 NDAA를 처리하면 상하원 합동위원회를 꾸려 최종 검토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상원 군사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 결론을 낸 것은 명칭 변경에 그만큼 초당적 지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도 보입니다.

군사위는 전날 군이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미국인의 권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NDAA에 담았습니다. 국방부가 집회의 자유에 반하는 일에 미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토록 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폭력 양상을 띠자 연방군 투입을 공언하고 에스퍼 장관은 군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반기를 든 가운데 이 역시 국방부 손을 들어준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 의회 의사당의 동상 전시관에서 남부연합 관련 동상 11개를 철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들 동상 배치를 감독하는 관련 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의사당은 바로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조각상은 최고의 이상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2017년에도 이들 동상 제거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 전시관에는 주별로 2개씩 의뢰한 동상 100개가 있는데, 이 중 11개가 남부연합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엔 남부연합의 대통령과 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와 알렉산더 스티븐스도 포함돼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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