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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 퇴진이 후배들에게 남긴 교훈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입력 2020-06-12 06:00  | 수정 2020-06-12 09:32
한용덕 감독은 지난 7일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한용덕 한화 감독이 물러났다.
프로야구 2세대 레전드 출신 감독 중 대표주자였던 한 전 감독이었다. 그의 퇴장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감독을 준비하는 많은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에게 특히 그랬다.
한 전 감독은 부임 첫 해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알찬 불펜 구성과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며 얻어진 성과였다.
문제는 이 성취에 너무 취해있었다는 점이다.
한 전 감독은 첫 해 성과를 낸 뒤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세대교체를 공공연한 계획으로 밀어붙였다.
반발이 적지 않았다. 팀을 떠나는 베테랑 선수도 있었고 떠나겠다고 선언한 선수도 나왔다.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부른 불협화음이었다. 한 전 감독은 이때까지만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새로운 젊은 피는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고 기존 선수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가 9위라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불펜은 탄탄하게 구성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매년 그 결과가 달라진다. 올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가도 다음 시즌에 바로 무너지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한 전 감독은 그 불펜을 너무 믿고 있었다. 결국 확실한 선발 하나 키워내지 못한 채 불펜까지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후 한 전 감독의 스탠스는 어정쩡해지고 말았다. 세대 교체를 밀어붙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베테랑들의 마음을 얻지도 못했다. 이도 저도 아닌 야구가 되고 말았다.
어느새 계약 마지막해가 됐기 때문이다. 3년 계약은 길어 보이지만 무언가를 한꺼번에 바꾸기엔 대단히 짧은 시간이다.
세대 교체라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한 전 감독의 마음처럼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일 처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었다.
첫 해 성공을 거두자 한 전 감독에겐 많은 힘이 모아졌다. 하지만 한 전 감독은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건전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랐지만 성장은 성장대로 안됐고 팀 분위기는 팀 분위기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성적은 모든 운이 모아졌을 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이 아니면 모두가 패자라는 인식을 버려선 안된다. 우승 감독도 이듬 해 성적이 부진하면 바로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곳이 KBO리그다. 하물며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그럴수록 더 강력한 전력 보강과 튼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전 감독은 그 부분에 충실하지 못했다. 세대교체를 말로 먼저 꺼내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모든 명장들은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만들고 팀을 가다듬었다.
결국 한 전 감독은 감독 마지막 해 베테랑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1년 만에 전혀 다른 논제로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한 전 감독이 하려던 야구는 절대 아니었다. 해 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중도 퇴진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 해엔 2군에 주요 전력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 볼 여유조차 잃고 말았다.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야구를 입혀가는 것이다. 한 전 감독의 실패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감독을 꿈꾸는 모든 지도자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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