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로 사라진 일자리, 다시 안 와"…노르웨이 총리 충격발언
입력 2020-06-11 18:28  | 수정 2020-06-12 18:37
뉴질랜드가 최근 예산안에서 시뮬레이션한 팬데믹 이후 실업률 흐름. [자료 = 뉴질랜드 재무부]

우리는 솔직해져야 한다. 지금의 보건위기가 끝나면 일자리 위기가 온다. 지금 사라진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표심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인의 발언이라기에는 너무 숨김이 없어서 충격적이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59)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을 언급했다. 바로 '일자리'다.
그녀는 팬데믹으로 소멸되고 있는 일자리가 과연 정상화할지에 대해 "솔직해지자. 그 일자리의 상당부분은 돌아오지 않을 것(Wont be comming back)이라며 부정적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열린 자신의 보수당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그녀는 팬데믹으로 실종되는 일자리 충격을 노르웨이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바이러스 공포가 물러난 뒤 일자리 공포가 그 이상으로 노르웨이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주지하듯 노르웨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다. 그런데 전체 국가 수입의 70%가 '일하며 세금을 내는 국민들'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발 일자리 소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상으로 노르웨이 사회·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팬데믹으로 발동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최근 완화했지만 아직도 35만 명의 노르웨이 국민들이 팬데믹 이전 대비 실직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파악된다. 이날 솔베르그 총리의 작심 발언에 대해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르웨이 고용주협의회의 외이스타인 뒤럼 수석 이코노미스는 노르웨이의 실업률이 지난해 2.8%에서 올해 평균 6.6%를 기록한 뒤 2021년 5.5%, 2022년 4.3% 등 상당히 더디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지난 수 개월 간 멈춰선 국가경제를 다시 바운스백 시키기 위해 모든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한번 소멸된 일자리를 정상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의 최근 실업률 전망은 솔베르그 총리 발언만큼이나 암울하고 충격적이다.
네덜란드중앙은행(DNB)이 최근 내놓은 실업률 전망치를 보면 올해 4.6%에서 내년 7.3%로 일자리 쇼크가 더 심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첨단 농업을 자랑하는 동시에 유럽 내 디지털 혁신을 리드하는 선진국의 예측이라고 보기에 지나친 비관론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뉴질랜드도 지난해 4% 전후 실업률이 올해 9월 9.8%로 최악을 찍은 후 다시 팬데믹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 최소 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총리 내각은 최근 공개한 '2020 웰빙 예산안'에서 자국 실업률이 2021년에도 여전히 8%대를 기록하다가 2023년 5% 초반대에서 2024년 간신히 4% 중반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업률 문제에서 아던 총리는 최근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라며 향후 뉴질랜드 경제의 화두로 '주4일 근무제 구상'을 던진 상태다. 주5일에서 주4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 근로자들이 보다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뉴질랜드 경제의 핵심 수입원인 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일하는 시간을 조금씩 나누면 기업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이 제안은 최근 미국에서도 팬데믹 발 일자리 쇼크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아시아계 정치인 앤드루 양은 "주4일제 도입은 일자리 증가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을 잃은 수 백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과 재계에 주4일제 도입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전망을 보면 미국의 실업률은 향후 2년 간 쉽게 개선되지 않고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염려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평균 실업률이 12%를 기록한 후 내년 말까지도 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내년 말 6.5%대 실업률을 예상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망치보다 훨씬 비관적인 수준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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