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라지는 은행ATM…"돈 뽑으러 편의점 가죠"
입력 2020-06-11 17:53  | 수정 2020-06-11 22:55
"수수료가 1300원인 줄 알았는데 '0원'이네."
# 직장인 A씨(36)는 외출할 때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비용을 결제할 땐 스마트폰 간편 결제앱을 이용하고, 현금이 필요할 땐 근처 편의점에서 카드 없이 은행앱 '스마트출금' 서비스를 사용해 인출한다. A씨는 "편의점 ATM도 웬만한 은행들이 제휴하고 있고, 무료로 출금 가능해 완전 편리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금융자동화기기(ATM·CD)가 소비자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리한 접근성에다 다양한 금융권과 제휴하고 있는 것을 무기로 빠른 속도로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은 은행앱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 확대에 따라 지점을 줄이면서 은행 금융자동화기기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편의점업계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 가장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현금 출금'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 면제 혜택을 통해 '금융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업계는 다양한 금융권과 제휴해 특정 은행에 갈 필요 없이 한 편의점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은행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편의점 수 증가와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3대 편의점(GS25·세븐일레븐·CU) ATM 대수는 2017년 2만4750대, 2018년 2만6790대, 2019년 2만8780대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2년 새 4000여 대나 늘어난 셈이다. 편의점업계 1위인 GS25는 총 점포 중 약 85% 수준에 해당하는 전국 1만1800여 개 점포에서 ATM을 운영하고 있다. GS25는 편의점 내 ATM에 시중은행인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이 들어와 작은 '종합 은행 지점'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중앙회, 삼성증권, NH투자증권과도 업무 협약을 맺어 다양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금융권 12곳과 제휴하는 등 제휴 금융권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같은 계열인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도 입점돼 있어 해당 금융권 이용 고객이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CU는 카카오뱅크와 대구은행, 유안타증권과 제휴하고 있다. CU는 최근 'POS 현금 인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이 상품 비용을 결제할 때 인출 금액을 함께 카드로 결제하면 이를 현금으로 인출해주는 서비스다. 이들 편의점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토스와 SSG페이 등에도 출금 서비스를 지원해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편의점업계의 금융권 제휴 효과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GS25 ATM(CD) 이용 실적은 6580만건으로 전년(5170만건) 대비 27%가량 증가했다. GS25는 점포에서 ATM을 이용하는 고객 중 35% 이상이 상품도 함께 구매해 추가 매출 증대 효과도 연간 92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점포와 금융자동화기기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복잡했던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어 고객들이 굳이 금융자동화기기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금융자동화기기로 고객들을 유인해 다른 상품 매출을 증대하는 편의점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점포, 금융자동화기기 운영 비용 때문에 애를 먹고 있어 더 이상 그 수를 늘리지 않고 있다.
[강인선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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