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민증 대신…안면인식·블록체인 활용한 실명확인 길열릴듯
입력 2020-06-11 17:38  | 수정 2020-06-11 20:10
금융위원회가 '금융 분야 인증·신원 확인 혁신 방안'을 올해 3분기 중 내놓기로 한 것은 금융실명제의 '낡은 규정'에 발이 묶인 신원 확인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재택근무·업무 비대면화 등 경향이 전자금융 거래에도 디지털화·비대면화를 더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현대 기술이 비대면 금융 거래에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금융실명법상 명시돼 있는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은 과거 기술을 기준으로 규정돼 있어 보안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히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신원 확인 방식에 정합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부분을 언급했다. 은 위원장은 인증·신원 확인 혁신 방안을 언급하며 "디지털 산업·비대면 혁신 부문에서 기술 발전이 있지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혁신하는 것과 보안,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전자금융 거래에서 인증 관련 규정이 디지털 신기술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프라인·대면 확인을 전제로 하는 신원 확인이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하는 대면 거래나 디지털 신기술이 활용되는 비대면 거래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①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영상통화 ③위탁기관 등을 통하여 실명확인증표 확인 ④기개설된 계좌와 거래 ⑤기타 ①~④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 등 가운데 2가지를 이행해야 한다.
이 규정은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지만 금융실명법이 '금융 헌법'과 같은 지위에 있는 만큼 이 규정을 바꾸는 것은 '법 개정'에 준할 정도로 쉽지 않다. 심지어는 '⑤기타 ①~④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을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규정상 '②영상통화'는 실명 확인 방식에 포함돼 있지만 보안 측면에서 더 뛰어난 '안면인식' 기술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복제가 불가능한 '분산 신원증명(ID)' 등은 실명 확인 방식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부 금융사고가 '영상통화'의 허점을 뚫고 벌어지기도 한 만큼 금융실명법상 실명 확인 방식은 보안 강화를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실명법을 개정하는 대신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실명 확인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실명법은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지 명의(실명)로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 등 명제 위주로 구성돼 있고, 실명 확인 방식 등 세부 내용은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자금융거래법에 실명 확인 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상이 되는 기술들은 현재 금융위가 추진 중인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검증된 기술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규제 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테스트할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다.
현재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테스트 중인 인증·신원 확인 방식은 모두 14건이다.
신분증 없이 은행 지점을 방문했을 때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본인 인증 등으로 실명 확인을 하는 방식, 블록체인 분산ID를 이용해 실명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서비스 등이 있다. 또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실명확인증표상 사진과 고객이 직접 촬영한 얼굴 사진을 대조하는 실명 확인 방식, 안면인식 정보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대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 문자메시지(SMS)·1원 송금·유심 등을 활용한 출금 동의 서비스 등도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규제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금융위는 인증·신원 확인에 대한 새로운 규율 체계 마련을 위해 최근 '금융 분야 인증·신원 확인 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인증·신원 확인 분야의 기술 중립성, 독자적 산업 육성, 금융 안정이라는 정책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혁신적 인증 수단이 개발·활용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첫 TF 회의를 열었고, 세부 검토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주요 검토사항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한 뒤 법령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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