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로이드 동생, '노타이' 차림으로 청문회 출석 "숨 쉬고 싶다"
입력 2020-06-11 17:20  | 수정 2020-06-18 18:05

"형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소리쳤을 때부터 넥타이 매는 것을 그만뒀습니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현지시간 10일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노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필로니스가 이날도 넥타이 없이 흰 셔츠와 품이 큰 회색 정장을 입고 청문회장에 들어섰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쓰고 온 검은색 마스크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형 플로이드의 모습과 그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채 마지막으로 남긴 '숨 쉴 수 없다'라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필로니스는 전날 약 4시간 동안 이어진 장례식에서 형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뒤 곧장 의회 증언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줄곧 넥타이를 매지 않았던 그는 장례식 당일, 형의 마지막 말을 잊을 수 없었다면서 "나는 숨을 쉬고 싶기 때문에 더는 넥타이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중 첫 번째 차례로 증언대에 나선 그는 "나는 '노타이' 차림으로 추도식에 갔다. 그리고 지금 내 큰형을 위한 정의를 원한다"며 5분간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형 플로이드가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는 주장에 "형은 고작 20달러로 죽어서는 안 됐다"면서 "흑인 목숨값이 그만큼이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필로니스는 또 동영상에서 플로이드가 자신의 목을 누르던 경찰을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도 존칭인 '서'(sir)를 사용했다며 의원들을 향해 "타인을 공감과 존중으로 대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찰에 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필로니스의 발언은 간결하고 명확했으며, 발언 중간중간 말을 멈추고 손으로 긴장을 털어내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WP가 전했습니다.


발언 도중 강조할 부분에서는 주먹 쥔 손으로 자신의 다른 한 손을 두드리는 등 가족을 잃게 된 비통한 심정과는 대비되는 정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WP는 필로니스가 청문회에서 책상을 내리치거나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며, 이는 흑인으로서 그의 정당한 분노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허탈감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답변 도중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거나 여러 차례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눈을 깜빡이던 필로니스는 끝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WP는 늘 우러러봤던 큰형을 잃은 필로니스가 발언을 잠시 멈출 때마다 그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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