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쇠사슬 감금 등 `창녕 학대소녀` 4층서 위험한 탈출까지
입력 2020-06-11 14:46  | 수정 2020-06-18 15:07

부모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경남 창녕군 초등학교 4학년 A양(9)이 자신의 집에서 쇠사슬로 목줄에 묶이고 테라스에 감금되면서 4층 집에서 위험한 탈출까지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은 경찰에서 두차례 진술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그동안의 상습 학대가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29일 창녕의 4층 빌라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이틀간 목에 쇠사슬에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는 등 감금을 당했다. 그러던 중 잠시 줄을 풀어준 사이 옆집 난간으로 넘어가 도망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 어른도 넘어가기 힘든 난간을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한 것이다.
A양은 경찰에서 "평소에도 여러 차례 쇠사슬로 된 목줄에 감금되었다가 설거지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할 때만 풀어줬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 이같은 감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이 진술한 학대 내용은 충격적이다. 계부 B씨(35)는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졌다. 쇠막대기(카본 재질)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때리기도 했다. 친모(27) C씨는 금속 등을 접착할 때 사용하는 글루건을 가열해 발등에 쏘거나,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발바닥을 지지는 등 화상을 입힌 것으로 진술했다.

뿐만 아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목을 쇠사슬로 묶어 자물쇠까지 채운 뒤 테라스에 묶어두었고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만 풀어줬다. 밥도 한루 한 차례만 주기도 한것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A양 부모가 경남 거제시에서 창녕으로 이사를 온 지난 1월 이후부터 5개월여 동안 이같은 가혹한 학대가 집중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A양이 발견될 당시 눈 부위에 멍이 들어 있고, 손과 발에 화상 흔적이 있는 등 학대의 유력한 증거를 확인해서다. 또 집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 쇠사슬과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효자손, 쇠막대기 등도 경찰은 확보했다.
당초 지난 1차 경찰조사에서 계부 B씨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에만 몇차례 때렸다며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B씨는 "(A양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기에 '나갈 거면 네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친모에 대한 조사는 11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다소 미뤄졌다. B·C씨 사이에는 A양 외에도 두사람 사이에서 나은 3명의 자녀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세 자녀는 특별한 학대 정황은 없는 것으로 조사했다. 다만 법원은 아동들의 정서적 학대 등을 우려해 임시보호명령을 내려 부모를 병원으로 옮겨 자녀들과 분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녕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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