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찾았다
입력 2020-06-11 14:45  | 수정 2020-06-11 14:48
세포의 '쓰레기 처리' / 사진=메릴랜드 의대 제공

일반인에게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 위축성 측색경화증(ALS)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일으키는 병입니다.

미국에선 한해 5천여 명이 ALS 진단을 받습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을 거쳐 회복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합니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ALS를 일으키는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경로는 ALS 관련 치매와 파킨슨병 등 신경 퇴행 질환에도 연관됐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합니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UMSOM)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엔 하버드대, 오클랜드대(뉴질랜드), 킹스 칼리지 런던(KCL) 등의 과학자들도 참여했습니다.

한마디로 ALS는 근육을 쓰지 못하게 되는 병입니다. 심해지면 호흡과 음식 삼키기도 어려워져 결국 사망에 이릅니다.

ALS가 UBQLN2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연관돼 있다는 건 여러 선행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이 유전자는 잘못 접힌 단백질 등 세포 노폐물의 처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UBQLN2 돌연변이가 어떻게 뇌 신경세포(뉴런)의 쓰레기 처리 경로를 방해해 ALS를 유발하는지 규명한 게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메릴랜드 의대의 메르빈 몬테이로 해부학 신경생물학 교수는 "이 노폐물 재처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잘못 접힌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쌓이면서 독성이 생겨 결국 세포를 파괴한다"라면서 "이런 경로를 거쳐 ALS 같은 신경퇴행 질환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이 인간 뇌세포의 UBQLN2 유전자를 제거하자 실제로 노폐물 처리 경로가 완전히 멈췄고, 유전자를 정상화했더니 경로의 작용도 복원됐습니다.

하지만 돌연변이 유전자가 켜진 세포는 노폐물 처리 경로를 재가동하지 못했습니다.

UBQLN2의 돌연변이가 이 경로를 고장 내는 이유는 생쥐 실험에서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UBQLN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생쥐는 특정 단백질(ATP6v1g1)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이 단백질은 세포의 노폐물 용기를 산성화하는 펌프의 핵심 부품인데, 세포의 노폐물을 잘게 부숴 처리하려면 이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몬테이로 교수는 "유사한 산성화 오류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다운증후군 등에서도 발견된다는 건 흥미롭다"라면서 "이 결함을 복원하는 게 ALS와 다른 신경퇴행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ALS 환자의 약 절반은 치매를 동반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