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희망 보인다
입력 2020-06-11 13:34  | 수정 2020-06-18 13:37

코로나19 치료제 중 완성 시기가 가장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혈장치료제 개발에 긍정적 신호가 거듭 감지되고 있다. 개발에 가장 중요한 완치자 혈장 모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제약업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기준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1만600여 명 가운데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알린 사람은 총 75명이다. 이달 3일만 해도 혈장 공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12명이었고 실제로 공여한 사람은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지만 1주일 새 공여 희망자가 6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크게 3가지로 △혈장치료제 △항체치료제 △약물재창출(기존 다른 질환 치료제 중 코로나19 치료약물 개발)로 나뉜다. 정부는 최근 밝힌 치료제 개발 로드맵을 통해 이 가운데 혈장치료제가 가장 이른 올해 안에 개발 완료될 것으로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체치료제와 약물재창출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결실을 거둘 전망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에서 완치된 지 2주가 지난 성인 혈액 속 혈장에서 면역 단백질을 추출·제조하는 것이다. 현재 GC녹십자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해당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는 여기에 드는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해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완치자 혈장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업계는 혈장치료제 개발에 최소 100명 이상의 완치자 혈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완치자마다 혈액 속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공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적절한 치료제 개발이 더 수월해진다.

현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대구시와 경기도 안산시 등 기존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로 인한 완치자 수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이들의 자발적인 혈장 공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완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혈장 공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강구 중이다. 혈장 공여를 원하는 완치자는 경기도 안산 고대안산병원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등을 찾으면 된다. 다만 병원은 총 두 번 찾아야 한다. 첫 방문에서 코로나19 검사와 감염성 질환 여부, 중화항체 등을 확인받은 뒤 혈장 공여에 적합하다고 나오면 두 번째 방문에서 혈장 성분 헌혈을 500㎖가량 하게 된다.
현재 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 후보물질 'GC5131A'에 대한 임상시험은 늦어도 7월께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녹십자는 자사 혈액제제 국내 생산기지인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이 치료제 양산을 위한 시험 생산을 이미 마친 상태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자사 혈장치료제 개발 인력들은 별도 건물에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상태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장치료제 GC5131A는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중증 환자에 직접 투여하는 '혈장치료'와는 다르다. 혈장치료가 일종의 의료행위라면 혈장치료제는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의약품이다.
경남제약 모회사인 경남바이오파마도 혈장치료제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10일 연세대 의과대학 산학협력단, 연세대 신약 개발 벤처기업인 리퓨어생명과학 등과 함께 혈장치료제 공동연구 개발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세 기관은 완치자 혈장 속 면역 단백질을 기반으로 코로나19 항원을 선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항체 일부분의 염기서열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안정성과 효능이 높은 치료용 항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은 말라리아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던 67세와 71세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혈장치료를 실시해 완치 판정을 얻어낸 바 있다. 경남바이오파마 측은 "당시 혈장치료가 효과를 봤기 때문에 이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혈장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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