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QR코드 의무화 첫날…"중장년층 QR코드 사용 어려워한다"
입력 2020-06-11 08:39  | 수정 2020-06-18 09:05

"몇 분이 오셨어요? 이거(QR코드) 찍고 들어가셔야 해요."

노래방과 클럽, 헌팅 포차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이 큰 고위험시설에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도입된 어제(10일) 오후 9시.

서울 강남역 인근 한 헌팅 포차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인사와 함께 전자출입명부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이 띄워진 태블릿PC를 내밀었습니다.

이 헌팅 포차는 전날까지 출입자에게 수기로 작성하게 하던 방명록을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으로 대체했습니다.

종업원 A 씨는 "지금까지 손님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 신원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는데 QR코드로 하니 편하고 안심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QR코드 출입 인증을 하려면 먼저 휴대전화로 일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시설 관리자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QR코드를 받으려면 네이버 아이디가 필수입니다. 네이버 앱을 켠 뒤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는 페이지로 들어가 개인정보제공 동의 후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해야 QR코드가 뜹니다.

그러면 업장 관리자가 앱 등을 이용해 QR코드를 인식해야 입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입장까지 10분 이상 걸리는 통에 혼란이 생겨 입장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A 씨는 "40, 50대 이상 분들은 QR코드를 찍어 달라고 하니까 '그런 건 잘 모르겠다'라거나 '술 취해 정신없는데 귀찮게 한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의무 시행 첫날이다 보니 QR코드 인식기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습니다.

이날 오후 8시 30분 강남역의 한 주점에는 손님 약 50명이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지만, 입구에 QR코드 인식기는커녕 방명록도 없었습니다. 발열 검사나 손 소독 안내 역시 없었습니다.

자리 잡고 앉은 손님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었고, 종업원 중에서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해당 종업원에게 QR코드 확인을 물어보니 "QR코드 이야기는 듣지 못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강남역 인근의 노래방들에서도 아직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기자가 찾은 노래방 3곳은 들어가자 모두 QR코드 대신 수기로 신상정보를 적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 노래방 업주 53살 강 모 씨는 "단란주점 협회 차원에서 이달 말까지 QR코드 앱을 설치하라는 공지가 내려오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인근 다른 노래방 업주들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대형 룸살롱 등 유흥주점이 몰려있는 서울 중구 북창동은 회식을 나온 직장인 무리가 삼삼오오 보이기도 했지만 전보다는 훨씬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북창동 유흥업소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영업이 중단돼 업소 현관에는 서울시장 명의의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습니다.

QR코드를 통해 신상정보를 남기는 걸 손님들이 한층 더 꺼릴 것으로 보이는 룸살롱 등 유흥업소 일부는 아예 단속을 피하려 '꼼수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남의 일부 룸살롱은 이날 "정상 영업이 불가해 외부에서 진행한다" 혹은 "임시 업장에서 영업을 이어간다"는 식으로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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