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역대급 선물매수 외국인, 네 마녀와 돌아올까
입력 2020-06-10 17:36  | 수정 2020-06-10 19:58
6월 선물·옵션 만기일(11일)을 앞두고 역대급 선물 순매수 흐름을 기록한 외국인들이 포지션 조정 과정에서 일부 현물 매수가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월 만기일(3월 12일) 이후 첫 거래일인 3월 13일부터 이달 9일까지 코스피200 선물(빅선물)을 5조원(9만계약) 이상 누적 순매수했다. 미니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월 만기일(5월 14일) 다음 날인 1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누적 7만계약 이상 순매수했다. 2015년 이후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대체로 3만~4만계약의 매매 규모를 기록해온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선물 매수세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코스피200 주식 현물을 13조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전형적인 '매도차익거래' 모습을 보였다. 매도차익거래는 현물이 고평가되고 선물은 저평가된 백워데이션(역조시장) 상황에서 현물을 매도하는 동시에 선물을 매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외국인의 매도차익거래는 선물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금융투자기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달 새 금융 투자를 중심으로 코스피 대형주 현물 주식에 매수세가 집중된 배경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투자자별 수급 패턴도 만기일을 앞두고 선물 시장을 이끌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200선을 터치했지만 개인과 외국인 순매도 영향으로 상승폭을 줄이며 2195.69에 마감됐다. 이날 코스피200 선물-현물 베이시스가 -0.40으로 백워데이션 상황이 펼쳐지면서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50억원을 매도하고, 금융 투자를 중심으로 기관은 2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 동안 백워데이션이 우세한 환경에서 외국인은 2조1000억원 이상 순매도했고, 금융 투자는 1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로 대응했다. 시장에선 3월 16일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백워데이션이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이 같은 외국인의 매도차익거래 추세를 더 강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물 가격은 해당 선물이 추종하는 기초자산인 현물 가격에 비해 금융 비용,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더 높은 '콘탱고' 상황이 일반적이다.
연초부터 2월 말까지 코스피200 선물의 평균 베이시스는 '플러스'를 기록하며 콘탱고 상황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과 함께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백워데이션이 본격 시작됐다. 3월 16일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지난 3일에서야 코스피200 선물 평균 베이시스는 다시 0.21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11일 만기일에 콘탱고 기조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이 백워데이션 장기화에 따라 유지해온 현물 매도, 선물 매수 포지션에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일에 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되는 콘탱고 현상이 나타난다면 외국인들의 현물 매수를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라는 점이 현물 매수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현물·선물을 연계한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에 더해, 원화 강세 기조에 기댄 외국인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원화 강세에 따라 비차익거래도 그간 매도 우위가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내용과 실물경기 회복 여부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생각보다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가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3월 폭락장에서 현물 주식을 팔고, 선물을 샀던 외국인이 다시 현물을 사려면 신흥국 전반에서 경기 회복이 감지돼야 하는데 아직 신호가 약하다"며 "6월 만기일 현물 주식을 사는 대신 차근월물인 9월 선물 매수로 롤오버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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