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산은 "협상 하겠지만…현산 진정성 의문"
입력 2020-06-10 17:24  | 수정 2020-06-10 20:18
산업은행이 전날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거래 종료 시한 연장'과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HDC현산 측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과 관련한 재협상은 하겠지만 HDC현산 측이 진정성을 보이고 보다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향후 협상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10일 산은은 HDC현산이 전날 내놓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제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HDC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산은 측은 일단 HDC현산 측이 인수 의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동안 HDC현산 측 인수 의사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왔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은 환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산은은 곧바로 HDC현산 측 진정성을 거론했다. 산은은 "(HDC현산 측이 제시한)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HDC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산은이 이처럼 HDC현산 측 의도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HDC현산이 전날 내놓은 보도자료 문구에 의문점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HDC현산은 보도자료에서 "서면을 통해 각자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적시했다. 산은은 이처럼 HDC현산이 '서면'을 언급한 것은 향후 법정 소송 등을 고려해 증빙자료 등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하면 채권단 측과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지는데, 이때를 미리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산은이 HDC현산 측 제안 이후 공식 반응을 내는 데에 뜸을 들인 것도 HDC현산 측의 숨은 의도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HDC현산 또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했을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만큼 협상은 일정 부분 진전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다면 당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후에 진행될 소송전은 물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분은 그룹 전체에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HDC현산으로서도 쉽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채권단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HDC현산을 달랠 필요도 있다. 현재 시중에 2조원대 자금을 투자할 기업을 찾기도 어렵고, 더구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를 인수할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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