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골육종 사망 쇼트트랙 노진규 선수 유족, 의사·병원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입력 2020-06-10 16:05 

법원이 골육종으로 숨진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씨의 진료 등을 담당했던 의사와 병원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당시 종양이 악성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검사 방법을 제대로 설명하고 권유하지 않은 책임이 일부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3부(최규연 부장판사)는 고 노진규씨의 유족 3명이 A의사와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유가족은 치료비와 위자료로 각 2000만~1억5000만원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문제를 제기한 3차례 진단 가운데 1차례에 대해서만 과실을 인정해 위자료로 각 500만~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노씨는 지난 2013년 9월 한 개인병원에서 왼쪽 어깨뼈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성인 거대세포종으로 의심되며 악성인 골육종일 가능성도 있다는 소견을 듣고 B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기로 했다.
같은 해 10월 노씨는 A의사에게 1차 진료를 받았다. 당시 A의사는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을 종합해 악성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종양을 제거하자"고 했다. 노씨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이후 노씨는 심해진 통증으로 개인병원에 들러 종양이 커진 것을 확인하고 A의사를 다시 찾아가 2차 진료를 받았지만 "조직 검사상 악성은 아니며 올림픽 이후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노씨는 의사의 말을 믿고 같은 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했으나 통증이 계속되고 기침까지 나왔다. 다시 병원을 찾아 3차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종양이 급격히 커진 것을 확인했지만 A의사는 거대세포종으로 진단했다.
결국 노씨는 2014년 1월 훈련 도중 왼쪽 팔꿈치가 부러져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종양이 다시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다른 C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노씨는 C병원에서 골육종으로 어깨뼈 일부를 제거했다. 또 암이 폐로 전이돼 같은 해 5월 다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여러차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다가 2016년 4월 3일 끝내 숨졌다. 직접 사인은 골육종이었다.
이에 노씨 유족들은 "A의사가 의료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골육종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2차 진료는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이 일치해 A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3차 진료에 대해서는 종양이 급격히 커진 것을 확인한 만큼 골육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도가 더 높은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의사는 더 적극적으로 골육종 여부를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 노씨에게 설명하고 권유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다면 노씨가 더 생존했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의사의 과실과 노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골육종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폐 전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치료비 역시 A의사의 과실에 관계된 손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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