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재용 기소판단 '수사심의위' 맡기나…결정은 일반시민들 손에
입력 2020-06-10 15:01  | 수정 2020-06-17 15:05

구속 위기를 모면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주식시세조종·분식회계)로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검토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구속 여부를 놓고 한 차례 격돌했던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기소의 정당성과 이를 평가할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놓고 다시 공방을 펼치게 됐습니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다툼은 드러난 사실관계의 위법성 여부를 법리적으로 따지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부의심의위가 결정하기 때문에 양측은 복잡한 사건의 내용과 법리를 쉽게 풀어 상식에 근거한 설득 논리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내일(11일) 오후 부의심의위를 열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시민위는 검찰시민위원 150명 가운데 추첨을 거쳐 15명의 부의심의위원을 선정했습니다. 부의심의위원은 수사심의위와 달리 일반 시민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교사와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의심의위원들은 내일(11일) 오후 검찰과 변호인단 측 의견서를 검토해 당일 오후 늦게 의결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석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의결하는데,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이 나오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합니다.


검찰과 수사심의위 신청인 측은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사건의 개요와 구체적인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이날 중 부의심의위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견서는 A4용지 30쪽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은 200으로 해야 하는 등 양식도 정해져 있습니다. 수사심의위가 아닌 부의심의위에서 양측이 별도로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신청인 측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삼성물산 등 3명이 각각 30쪽의 의견서를 준비하기 때문에 전체 의견서는 90쪽 분량이 됩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김 전 사장의 직속 상관으로서 입장이 같고 혐의도 겹치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의심의위원들은 당일 현장에서 총 120쪽에 달하는 양측 의견서를 읽은 뒤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야 합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검찰에서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검찰이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는 데는 부담이 따릅니다.


검찰 측은 전날 오전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의견서 작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검찰 수사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고 수사도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의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한 부분을 내세워 기소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가 법원에 제출한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은 400권 20만쪽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복잡하고 방대한 사건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우선 이 사건이 수사심의위 심의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해 부의심의위의 소집 결정을 끌어내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견서에는 사건 내용과 쟁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그림과 도표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해당해, 2018년 초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를 통해 평가받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규정상 수사심의위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필 때 국민의 알 권리, 인권 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게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부의심의위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호인단은 법원이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언급한 것이 혐의를 인정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검찰이 1년 7개월에 걸쳐 무리하게 수사를 벌여왔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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