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찾은 문 대통령…현직 첫 방문
입력 2020-06-10 14:47  | 수정 2020-06-17 15:05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10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아 사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하고 민주주의 정신과 인권존중 정신을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사실 방문에 앞서 대공분실 건물 앞에서 열린 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공로를 기렸습니다.

특히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된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 등과 박종철 열사 물고문 현장을 찾았습니다.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로 만든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이곳에서 고초를 겪은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물고문이 이뤄진 욕조 등을 지켜봤습니다.

김 여사는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철저한 고립감 속에 여러 가지를 무너뜨려 버리고 처음부터 공포감을 주는 것"이라며 "(스님은) 무아(無我)를 가장 낮은 자리에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찰이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509호를 둘러보고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인혁당 사건을 폭로한 조지 오글 목사 등 2명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한분 한분, 훈포장 하나로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배 여사 등에게 훈장을 수여할 때마다 일일이 박수로 축하했습니다.

배 여사는 '서른 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이소선 어머니는 전태일 옆에 가 계시고 (박)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배 여사는 이한열 열사 장례식 당시 문익환 목사의 '열사 호명' 영상이 나올 때 눈물을 보였습니다.

현직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민갑룡 청장은 행사 시작 전 배 여사를 찾아가 허리를 굽혀 거수 경례를 하며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기념식은 4·19 혁명 60주년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의 맥을 이어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역사의 의미를 담아 '꽃이 피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청와대는 6·10 민주항쟁 당시 시민이 경찰에게 장미꽃을 달아주며 폭력에 저항했던 의미를 되살린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사가 이뤄진 무대 옆에는 '6·10'을 꽃으로 만들어낸 장식이 설치됐고 박 열사가 사망한 509호 외벽에도 빨간 꽃이 매달렸습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도 가슴에 꽃을 달고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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