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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 NEW 회장 "무료 OTT 출시해 한국 콘텐츠 글로벌 진출 교두보 만든다"
입력 2020-06-10 14:40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만난 김우택 NEW 회장이 회사 로고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한주형 기자]

김우택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회장(56)은 늘 '실현 가능한 해'를 찾는 사람이다. x축과 y축에 가용한 자원을 배치하고, 그 조합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쇼박스 대표직을 내려놓고 나와 2008년 세운 NEW 투자배급 전략도 쭉 그랬다. 신생 기업이 이름난 감독과 계약하긴 어려운 까닭으로 신인 연출자를 찾아 그 비전에 베팅했다. 이 영화사에서 탄생한 '변호인'(2013)과 '부산행'(2016), 두 1000만 영화는 모두 상업영화 데뷔 감독과 함께 만든 '잭팟'이었다.
"저는 꿈은 무지 많은데 앞으로 갈 땐 한 걸음씩 천천히 가요. 재벌 아들이었으면 안 그랬겠죠. 그런데 못 바꾸는 걸 자꾸 이야기해봤자 뭐하나요. 저는 조건이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너무 싫어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내려야죠."
그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출사표를 낸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연내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NEW가 출시하고자 하는 OTT는 FAST(Free Ads Supported TV) 형태로 광고를 보면 무료로 쓸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선 넷플릭스 등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며 FAST OTT 마켓이 급성장하고 있다.
NEW 자회사인 뉴 아이디(NEW ID)는 지난 2월 글로벌 FAST OTT 플랫폼 쥬모, 뷰드에 K팝 TV채널 뉴 키드(NEW K.ID)를 론칭하며 이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 뉴 키드는 두 플랫폼을 통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 국가에 제공 중이다. 그는 "처음 도전한 것인데도 전체 채널에서 중간 순위 정도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북미 지역 프리미엄 TV 채널 사이에서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NEW 자체 OTT 플랫폼엔 KBS월드를 포함한 20여 개 국내 파트너사가 동참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질 좋은 한국 콘텐츠가 외국 시장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주력인 영화 배급사업은 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난항을 겪었다. 2월 전염병 감염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그달 개봉한 '정직한 후보' 흥행 성적이 153만명에 그친 것. 그러나 그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코로나는 장기적으로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극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모습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 언택트 시장의 중요성을 반강제적으로나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흥행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다. 다음달 내놓을 신작 '반도'에 영화팬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좀비 열풍의 시작점인 '부산행'(2016)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프랑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4년 전 '부산행'을 초대한 데 이어 올해 초청작 목록에 '반도'를 올렸다. 김 회장은 두 영화처럼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콘텐츠가 시간이 지날수록 환영받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좀비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이거든요. 넓은 세상을 공략하려면 보편적인 공감대를 갖추고 있어야 해요. 한편으로 훌륭한 콘텐츠가 나왔을 때 그 가치를 얼마만큼 확장할 수 있는지도 좋은 기업의 중요한 덕목이 될 것 같아요."
NEW를 단순 영화 투자·배급사가 아니라 미디어그룹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각기 다른 사업부가 동일한 비전으로 연결되며 더 큰 확장성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NEW는 현재 자회사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보좌관'을 만든 제작사 스튜디오앤뉴, VFX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 스포츠사업부 브라보앤뉴, 디지털 콘텐츠·플랫폼 개발 기업 뉴아이디 등을 두고 있다.
"영화 한 편으로 반짝 인정받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각 분야에서 비전과 철학을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게 중요하죠. 저희가 어떤 한 해는 영화를 잘했다가 다음해엔 성과를 못 내면 '영화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렇다고 멘탈이 흔들리거나 하진 않아요. NEW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아우르는 전체 인더스트리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우리가 만드는 드라마에서 영화의 노하우가 나오고, 시즌제 드라마가 또 영화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세 분야를 골고루 잘 가져가고, 더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을 끌고 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든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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