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화그룹, `니콜라` 투자 한방에 1.9조 확보
입력 2020-06-09 17:36  | 수정 2020-06-10 09:31
미국 수소차 업체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한 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화그룹의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37) 등 3세 형제들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특히 김 부사장 형제들이 보유한 계열사들이 가진 니콜라 지분가치가 그룹 지주사 지분 88%를 매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급증했다. 니콜라 덕분에 한화그룹 3세 형제들은 승계자금을 해결하게 된 셈이다.
지난 4일 상장 당시 주당 33.75달러였던 니콜라 주가는 8일 73.27달러까지 치솟으며 103.7% 폭등했다. 한화그룹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가치는 16억달러(약 1조9200억원)로 급증했다. 2018년 4월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시세차익만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증권가는 한화그룹이 니콜라 투자로 '잭팟'을 터뜨리면서 3세 승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한화그룹이 2018년 4월 투자해 보유하고 있는 니콜라 지분 6.1%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에이치솔루션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종속회사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주)한화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계열사가 75.3%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화에너지가 39.2%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한화솔루션이 36.1%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한화에너지가 니콜라 상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봤으며, 그 이익은 100% 모기업인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상승으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한화그룹은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김 부사장 형제로 승계를 추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관 부사장
증권가에서는 니콜라로 인한 가치 상승을 토대로 에이치솔루션이 그룹 지주사 (주)한화와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주)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7%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주)한화 지분을 4.4% 보유하고 있으며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35)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31)은 각각 1.7%씩 가지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 4.2%까지 더하면 김 부사장 형제의 (주)한화 지분은 12.0%다.
김 부사장 형제들의 보유지분은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에 아직 충분한 편은 아니다. 에이치솔루션을 디딤돌 삼아 김 부사장 형제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부사장 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한화와 합병한 뒤에도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낮다.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주)한화와 합병할 때 유리한 비율로 추진할 수 있기도 하다.
니콜라가 시장 기대와 같이 성장한다면 (주)한화 소액주주 또한 에이치솔루션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니콜라는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다만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 간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주)한화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김 부사장 형제는 굳이 골치 아픈 합병을 시도할 필요도 없다. (주)한화 주가는 9일 26.7%나 급등하며 2만8950원으로 치솟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2조1701억원에 불과하다. 한화에너지가 니콜라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면 현재 기준으로 (주)한화 지분 88%를 확보할 수 있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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