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아시아나항공 가격 낮아질까
입력 2020-06-09 16:04 
[사진 제공 = 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가격 등 조건이 일부 조정된 뒤 계약이 마무리 될 수도 있지만, M&A가 무산된 뒤 채권단이 새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9일 입장 자료를 통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상황을 재점검해 인수 조건을 다시 협의하자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항공사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역시 M&A 계약 당시보다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계약 당시보다 4조5000억원 증가해 부채비율이 1만6126% 급증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자본 총계는 지난해 6월 말보다 1조772억원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출범한 미래혁신준비단을 충원하고, 통합(PMI)에 필요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인사·조직통합 전문 컨설팅사 콘페리헤이그룹, EY한영회계법인 등과 인수 방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현 항공업계 상황과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를 언급해 채권단 압박에 대응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추후 산업은행과의 협의 및 채권단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한다고 밝혀 채권단과 새로운 판을 짜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는 금호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채권단이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채권단과 협의해 인수 조건을 바꾸려는 복심으로 읽힌다.
하지만 앞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을 염두해온 것으로 알려져 M&A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다. 계약 당사자간 기간 연장에 합의하면 거래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지만, 종결 시한인 이달 말까지 양쪽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계약 자체가 무산된다.
만약 어느 쪽에서든 M&A를 철회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채권단 관리 아래 운영되면서 재매각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 경우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은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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