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높아지는 원격의료 제도화 기대감…관련주 `기술 경쟁` 치열 예고
입력 2020-06-09 14: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를 최근 정부가 제도화하려는 방침을 밝힌 뒤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가 생활 속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고 정부의 도입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원격의료 도입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원격의로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 중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2월 24일 이후 해당 업종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 관련 테마주로 거론되는 곳은 원격의료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거나 관련 의료장비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기업들로, 비트컴퓨터와 인성정보, 인피니트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최근 저점 대비 2~3배의 주가 상승을 기록 중이다.
이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원격의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트컴퓨터는 2018년 말 기준 국내외 900여개 기관에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원격의료솔루션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인성정보의 경우 원거리에서 환자의 혈압, 혈당, 체지방 등을 살펴보고 의료 상담이 가능한 솔루션을 미국 헬스케어 기업 AMC헬스에 납품한 바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원격의료에 필요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원격의료가 제도화되지 않은 국내 현실과 달리 해외에는 상당수 국가가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에 해외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305억달러(약 37조5000억원) 규모로 2021년에는 412억달러(약 50조6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3년에 이미 원격의료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의료 진료 환자 수가 170배 증가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이에 국내에 본격적으로 원격의료가 도입된다면 국내 시장 역시 상당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규모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원격의료 제도화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은 10.3%에 이른다.
국내에 원격의료 시장이 조성된다면 업계 경쟁은 전에 없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의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기술 보유 여부가 원격의료 시장의 주도권 향방을 가를 듯 하다. 기술 분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원격의료의 약점 중 하나가 비대면 진료의 한계로 인해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AI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세계 최다(37개)의 인공지능 의료분석 솔루션을 보유한 제이엘케이도 최근 원격의료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개인 의료정보 관리 토탈솔루션 앱 '헬로헬스(Hello Health)' 개발에 성공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헬로헬스는 일반인들도 손 쉽게 자신의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자료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고, 해당 의료데이터에 대한 AI 분석 및 원격진료 서비스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연내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제이엘케이는 헬로헬스 상용화와는 별개로 원격의료 도입 후 이미 시장에 출시된 자사 인공지능 분석 솔루션들의 활용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화상 통화 진료 시스템 지원이 가능해 기존 의료기기와의 결합을 통한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서다. 폐질환 분석 솔루션 '제이뷰어엑스(JVIEWER-X)', 뇌노화 측정 솔루션 '아트로스캔(ATROSCAN)', 맘모그래피 영상 분석 솔루션 '맘모아나(MammoAna)' 등이 최근 국내 시장에 납품된 대표 제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원격의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우리보다 먼저 원격의료를 허용한 해외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기술 우위 전략을 필 수밖에 밖에 없다"며 "비대면 진료에 따른 오진 가능성 등 원격의료에 우려를 제기하는 주장도 많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기술 등을 충분히 활용해 국내 원격의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kissmaycry@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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