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AIST, 인공 신경망·초고속 광소자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 가능한 신물질 개발
입력 2020-06-09 14:16 
광학적 비선형성을 크게 늘린 신물질 개발에 성공한 연구팀을 이끈 신종화 KAIST 교수. [사진 제공 = KAIST]

국내 연구진이 뼈의 단단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공 신경망이나 초고속 통신용 광 스위치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동물 뼈가 그의 구성성분인 단백질보다 수천 배 단단하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기존 물질 대비 수천에서 수십억 배가 큰 광학적 비선형성을 갖고 있는 신물질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광학적 비선형성은 입력값과 출력값이 비례하지 않는 성질인데 비선형성이 클 경우 빛의 속도로 동작하는 인공 신경망이나 초고속 통신용 광 스위치 등의 광소자 구현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벽돌을 엇갈려 담을 쌓는 것과 같이 나노 금속판을 3차원 공간에서 엇갈리게 배열하면 물질의 광학적 비선형성이 매우 크게 증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비선형성 증대원리는 광학 뿐 아니라 역학, 전자기학, 유체역학, 열역학 등 다양한 물리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기존에 빛의 세기에 집중했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분극(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의 크기를 조절해 큰 비선형성 및 비선형 효과를 얻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식을 사용해 연구팀은 비선형 광학이 60년 동안 달성하고자 했던 고효율의 작은 비선형 광소자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광선 검이나 광컴퓨터를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비선형성을 가진 소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로 그동안 없던 이같은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지금은 자연 물질의 작은 비선형성으로 초고속 광소자, 3차원 광식각 공정, 초 고분해능 현미경 등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거나 큰 장비나 소자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에서 활용된 소자는 비슷한 신호 시간을 가지는 기존 소자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8배 뛰어났고 비슷한 에너지 효율의 소자보다 약 10배 짧은 신호 시간을 보였다. 즉 신호의 시간과 소요되는 에너지의 곱으로 표현되는 성능 기준으로 보면 이 소자는 현재까지 개발된 광소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종화 교수는 "올해는 지난 1960년 레이저가 발명된 지 60년이 되는 해로, 레이저의 발명이 '센 빛'을 최초로 만든 것이라면 이번 연구성과는 '센 물질', 즉 광대역에서 매우 큰 유전분극 증대율을 보이는 물질을 최초로 발견하고 증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계학습을 위한 초고속 인공 신경망 등 다양한 광 응용 소자의 구현을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8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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