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재용 유무죄 본안 재판에서…수사심의위 소집 변수될 듯
입력 2020-06-09 14:14  | 수정 2020-06-16 14:38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9일 기각하면서도 검찰의 혐의 소명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불구속기소가 유력하다고 보며 유무죄 여부는 본안 재판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기소 여부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
이날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짧은 기간에 구속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게 영장 재판인 만큼 법원은 이 부회장 등의 혐의가 인정되는지에 관해 기록 전체를 모두 꼼꼼하게 검토하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현재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필요한지에 대한 것만 중점적으로 따졌다는 얘기다.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문구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문구를 쓴 것도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며 기소가 예상되는 만큼 본안 재판부에 후속 판단을 넘기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불구속기소를 염두에 두고 공소유지를 위한 보강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은 내용이 복잡해 검찰 입장에서도 유죄 입증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법원도 언급했듯 검찰이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로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고, 이 부회장이 사실상 수사의 종착역이었던 만큼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부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아직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불구속기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법리 검토와 공소장 작성, 기록 정리 등 수사 마무리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기소 여부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지 여부에 관해 결정한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꾸려진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삼성은 수사심의위 절차에서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서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함에 따라 부의심의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앞서 이 부회장과 김종중 옛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측 변호인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 달라며 소집 신청서를 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으며 수사팀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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