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시아나 인수 조건 놓고 현대산업개발-채권단 기싸움 벌어지나
입력 2020-06-09 12:44  | 수정 2020-06-16 13:05
HDC현대산업개발이 오늘(9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인수 종료를 위한 현산과 채권단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9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HDC현산이 내놓은 입장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현산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채권단 입장에서는 평가할 만한 일로 보입니다.

산은은 이렇다 할 답을 받지 못하자 최근 현산에 '6월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재협의를 요구하는 부분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재협상을 못할 것도 없다는 기류도 채권단 내부에 흐르고 있습니다.

현산 측이 어떤 부분에서 재협의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었기에 채권단은 현산의 의도와 재협의 사안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단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을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함께 갚기로 한 조건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채권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점을 내세워 아시아나항공에 나간 채권단 대출의 만기 연장을 현산이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문제도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출자 전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영구채의 출자 전환은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현산 측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딜 클로징(종료) 연장에는 양측이 큰 이견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인수자금 조달, 국내외 기업결합신고 진행 등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만큼 최종 거래 시한 자체를 늦추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현산이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재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작년 말 주식매매계약(SPA)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천700원을 적용했습니다.

다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3월19일 2천270원까지 떨어지는 등 계약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구주 대금은 모두 금호 측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현산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 정도라도 더 깎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도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구주 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 측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천억원대 이상의 구주 대금을 기대했던 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올해 초 보유하던 한남동 유엔빌리지 자택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구주 대금을 당초 계약보다 절반이라도 받고 연명할지, 아예 이 정도로는 못 버틴다고 판단해 감자를 추진하거나 워크아웃까지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도 금호와의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경영 행위로 불신을 키웠다고 보고 현산이 재협상에 나서면서 경영진 교체를 우선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현산도 이날 공문에서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사전 동의 없는 추가자금 차입 승인 등을 언급하며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이 명백히 발생하고 확인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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