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방기자의 호텔24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호캉스` 할 수 있다? 없다?
입력 2020-06-09 11:32  | 수정 2020-06-16 11:37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송한 사용처가 많은데, 전국에 있는 호텔들이 그 중 한 곳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텔 숙박료와 호텔 내 식당 등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결제는 가능하다.
단서는 붙는다. 기본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를 신청한 이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있는 지역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 시민이라면 서울 지역 내 호텔에서, 제주 도민이라면 제주 지역 내 호텔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또 호텔이 카드사의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호텔들은 카드사의 중요한 가맹점이란 점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호텔은 없다. 오는 8월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호캉스' 가는 일은 그야말로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들이 먼저 나서서 긴급재난지원금 결제가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 분의 손님이라도 더 올텐데 대놓고 알리지 못해 참 답답할 노릇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호텔업계는 사회적 시선이 두렵다. 지역 소상공인과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급한 '긴급' 재난지원금이다. 고급 이미지의 호텔일수록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라고 알리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특급호텔 빙수를 사먹고 왔다는 손님들은 많은 이들로부터 싸잡아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들을 도우라고 준 돈을 '사치성 소비'로 날려버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미 받은 돈이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단 의견과 호텔이 적절한 사용처는 아니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업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서 정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는 호텔업종이 분명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호텔업계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대놓고 이를 알리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
세안그룹 호텔들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시 일부 추가 할인을 해주고 있다.
현재 호텔업계는 많은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호텔에 딸린 수십, 수백명의 직원들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 호텔 직원들은 몇 달째 무·유급의 휴가를 이어가는 한편, 순식간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에서는 최근 객실 세일즈 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업계가 호황일 때는 잘 나가는 세일즈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속 인건비 부담이 큰 부서로 전락했다. 객실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손님들이 오지 않자 해당 부서의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에 온 손님들이 부자라면 부자지, 호텔 직원들이 부자는 아니다"라며 "코로나 사태 속 호텔 직원들 역시 생계 위협을 받고 있지만 어디에 가서 호소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워커힐·그랜드하얏트인천·더플라자·파르나스 호텔 노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관광·숙박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산업 분야다. 문 대통령은 호텔업계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하자는 의지를 강조했다. 연대정신으로 일자리를 지켜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4월만 하더라도 호텔들은 버틸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쉽게 종식되지 않은데다, 언제 끝날지조차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함이 호텔들을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과연 호텔들은 연대정신으로 일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호텔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꼭 사용할 필요는 없다. 각 가정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곳에서 잘 쓰면 될 일이다. 만약 우선순위에서 올 여름 휴가를 호캉스로 계획하고 있다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호텔 숙박료를 결제해 호텔업계 숨통을 트이는데 일조할 수 있다. 호텔 뿐 아니라 관광·숙박업계를 다 포괄해 일자리를 지키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결제를 하면 숙박료를 더 할인해주는 호텔도 생겨났다. 코로나 사태 속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호텔업계의 절박함을 한번쯤은 들여다볼 때다.
[방영덕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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